먼 불빛 / 이태수 왜 이토록이나 떠돌고 헛돌았지 남은 거라고는 바람과 먼지 저물기 전에 또 어디로 가야 하지 등 떠미는 저 먼지와 바람 차마 못 버려서 지고 있는 이 짐과 허공의 빈 메아리 그래도 지워질 듯 지워지지는 않는 무명(無明) 속 먼 불빛 한 가닥 ― 신작시집 『회화나무 그늘/문학과지성사.2008』중에서 - 이슬방울과 유리알의 글썽임과 투명함에서 바람과 먼지, 그리고 쳇바퀴로 그의 시어가 옮겨왔다. 명징한 것들에서 허무의 색깔이 배어 나왔다. 어쩌면 그 배경에는 34년간 몸담았던 신문사를 떠나면서 갖는 소회의 일단이 개입되었지 싶기도 하다. 더구나 먼저 세상을 떠나보낸 아우를 기리는 마음까지 보태졌으니 그 색깔은 잿빛 언저리일 수밖에 없겠다. 아울러 독자들에게도 더 깊은 사유와 철학을 요구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