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향만리 2

207 / 김진영

207 / 김진영 주말 오후 카페테라스에서 시간을 보낸다. 한곳에서 중년의 여자들이 모여서 수다를 즐긴다. 가끔씩 섹스라는 단어가 건너온다. 저편 원탁에는 남자들이 모여서 정치 얘기를 한다. 모두들 등산복을 입었다. 다른 곳 테이블에서는 하나님이라는 단어가 자주 건너온다. 나는 그냥 거리 풍경을 바라본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그냥 오후의 햇빛, 부드러운 바람, 달리는 자동차, 자전거 타는 사람, 걸어가는 사람들을 바라본다. 무의미의 시간, 그냥 흘러가는 시간. 순간도 영원도 아닌 어쩌면 그 모두인 저무는 휴일 오후의 시간. 생이 농익어가는 셀러브레이션의 시간. 뫼르소의 시간. 니체의 시간―아 여기서 더 무엇이 필요한가. 「아침의 피아노」(2018, 한겨레출판) 쏟아지는 햇살 속에서 부드럽게 일..

문향만리 2024.02.29

심수봉과 서정 / 김민영

심수봉과 서정 /김민영 어느 날 심수봉의 〈사랑밖엔 난 몰라〉를 듣다가 눈물이 나버렸다. 이유는 알지도 못한 채, 그저 눈물이 났다. 그 이후로 찾아 듣지는 않았지만 우연히 이 노래를 듣게 되면 역시나 또, 눈물이 났다. (…) 시인 백석은 이렇게 말했다./“높은 시름이 있고 높은 슬픔이 있는 혼은 복된 것이 아니겠습니까. 진실로 인생을 사랑하고 생명을 아끼는 마음이라면 어떻게 슬프고 시름차지 아니하겠습니까.”/세상의 모든 것에 슬퍼할 줄 아는 사람이 바로 시인이라면, 시에 담겨 있는 이 슬픔 역시 조금은 이해가 된다. 「농담과 그림자」(2021, 시간의흐름) 집 집마다 다르겠지만 우리 집안사람들이 명절날 주로 하는 오락거리는 고스톱이었다. ‘고스톱이다’라는 현재형을 사용하지 않는 이유란, 과거처럼 온 ..

문향만리 2024.0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