둥글어지는 것 / 권대웅 비가 내리는 소리는 자연이 연주하는 음악 같아. 가만히 빗소리를 들어봐. 비가 부딪히는 곳마다 서로 다른 빗소리들을 들어봐. 통통통 처마 밑에 놓은 깡통에 부딪히는 빗소리. 두둑두둑 나뭇잎에 부딪히는 빗소리 톡톡톡 창문에 부딪히는 소리. 하늘에서 내려오는 빗방울이 어디에 부딪히느냐에 따라 그 음향과 질이 달라지듯이 우리도 어느 곳에서 누구와 부딪히고 만나느냐에 따라 삶의 소리도 달라진다는 생각을 했어. 당신은 지금 어디서 누구와 만나서 어떤 소리를 내고 있니? 빗소리가 둥글다고 생각했어. 아니 이 세상에 오는 모든 것들은 둥글어지려는 속성을 가지고 있어. 동그란 몸짓을 지으며 꽃들은 피어나고 열매는 자기 몸이 매달려 있을 동그란 자리를 허공에 만들고 둥근 알에서 날개를 둥글게 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