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달이 뜨는 이유 / 권대웅
봄이 왔어, 봄이, 당신이 그토록 기다리던 그러나 결국 보지 못하고 떠난 그 봄이 왔어. 인간의 걸음으로 걸어서 태양까지 가는데 4천 년이 걸린다지. 그 먼 거리에서 달려온 햇빛 하나가 간신히 내 이마에 툭 쓰러지며 말했어. 봄이야! 그 말 하나 하려고, 그토록 먼 곳에서 온 것은 아니겠지.
새순처럼 여리고 가늘어서 더 눈부신 햇빛을 바라보다가 눈물이 났어. 봄이 오는 이유 말이야. 자연에도 선의지(善意志)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 마음 속에서 옳다고 믿어 그에 따라 행하고자 하는 순수한 동기에서 나온다는 의지.
독일의 철학자 칸트가 말했지.
'밤하늘에 빛나는 신의 질서인 별과 내 가슴에 샘솟는 선의지를 생각하면 가슴이 뛴다.'
봄이 오는 이유가 선한 의지 때문이듯이 우리 가슴이 뛰는 것도 당신의 눈동자가 반짝이는 것도 그것 때문이겠지
선을 행하면 일이 생기고 악을 행하면 악한 일이 온다는 인과응보因果應報를 나는 믿어. 원인이 있으니까 결과가 있다는 것. 콩을 심었으니까 콩이 나듯이 마음에 좋은 일을 품으면 좋은 일이 생기는 거야.
오늘 내가 길거리를 지나가다가 돌부리에 걸려 넘어졌다면 언젠가 내가 누군가의 발을 걸어 넘어뜨려서 그런 것이라는 생각을 했어. 만나던 사람에게 상처를 받게 되었다면 언젠가 내가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어서 돌려받는 것이라고 생각을 했어.
그래 그렇게 누군가 나에게 못되게 했더라도 똑같이 반응을 보이거나 험담을 하거나 추하게 행동하지 말자. 결국 어떤 식으로라도 그가 벌을 받을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으니까.
선의지를 주창한 칸트가 이렇게 말했어.
'내가 세운 그 도덕을 지키는 일이 너를 행복하게 하고 세상을 행복하게 하는 길이 될 것이다. 초청하라. 너의 인간적인 욕심과 욕망이 그것을 막을 때 초월적인 힘을 초청하라. 이것은 인간으로서 꼭 지켜야 할 정언명령'이다'
높아지고 알려지고 많아질수록 겸허하고 겸허하고 또 겸허해야 해. 살다보면 좋지 않은 일들이 생겨날 때도 있어. 그런데 나쁜 것은 언제나 좋은 것과 함께 온다는 것을 알아차려야 해. 안 좋은 일이 있다면 좋은 일도 있다는 것은 법칙이야. 중요한 것은 자신에게 온 그 좋은 일과 나쁜 일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바라보는가에 따라서 큰 차이가 있어. 어떤 상황도 좋은 쪽으로 트는, 발전시키는 생각을 연습해야 해.
봄이 왔어. 봄이, 인간의 걸음으로 4천년이 걸린다는 먼 태양에서 한 줄기 봄 햇빛이 와서 말했어.
어렵고 힘들수록 움츠려 있지 말고, 더 힘들고 아픈 누군가를 위해 선행을 해봐. 상대방은 물론이겠지만 너 또한 위로받게 될거야. 부족하고 모자란 가운데에서도 주고 나누어 줘바. 가난했던 마음이 오히려 넉넉해진다는 것을 알게 될 거야. 진짜 부자가 되는 법을 알게 된 거야.
봄이, 봄 햇빛이 와서 말했어. 그 선의지 말이야. 그래서 눈물이 났어. 봄 햇살에 땅 속에서 쫑긋 귀를 열고 나오는 풀잎들 꽃잎들 아 사랑들. 법정 스님도 말했지. 온갖 모순과 갈등과 증오와 살육으로 뒤범벅된 이 어두운 인간의 촌락에 오늘도 해가 떠오르는 이유는 그 선의지 때문이라고.
봄이야! 그렇게 착하고 따뜻해서 환한, 봄, 달이 떴어. 그 달 마당에 당신의 선의지인 씨앗을 뿌려 봐. 그 달의 씨앗이 자라 꽃 피어 당신이 사시는 모든 밤 비추리. 지켜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