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해 봄 / 도종환 그해 봄은 더디게 왔다 나는 지쳐 쓰러져 있었고 병든 몸을 끌고 내다보는 창밖으로 개나리꽃이 느릿느릿 피었다. 생각해보면 꽃 피는 걸 바라보며 십 년 이십 년 그렇게 흐른 세월만 같다 봄비가 내리다 그치고 춘분이 지나고 들불에 그을린 논둑 위로 건조한 바람이 며칠씩 머물다 가고 삼월이 가고 사월이 와도 봄은 쉬이 오지 않았다 돌아갈 길은 점점 아득하고 꽃 피는 걸 기다리며 나는 지쳐 있었다. 나이 사십의 그해 봄 - 시집 ‘사람의 마을에 꽃이 진다/ 2006 문학동네’ 중에서 - 지금은 더디게 오지 않는 봄이 오히려 미덥지 않다. 줄곧 들어온 온난화에 대한 경각심 탓일 게다. 지난주 비 내린 후 꽃샘추위 어쩌고 하더니 요 며칠 낮의 온도가 후끈한 사이 집에서 내려다 뵈는 강둑에 개나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