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성호 교수가 찾은 문학의 순간 31

비평이란 미학적 언어의 모험…문학적 감동의 순간과 만나다

[유성호 교수가 찾은 문학의 순간] 에필로그 ▲ 문학평론가인 유성호 한양대 국어국문학과 교수가 2018년 4월 서울 성동구 한양대 교정의 박목월(1915~1978) 시인 시비 앞에서 박 시인의 작품 세계에 대해 강의하고 있다. 유성호 교수 제공 ‘문학의 순간’이라는 제목으로 30회 연재를 마쳤다. 시인 김수영의 아내 김현경씨로부터 얼마 전 별세한 김지하 시인에 이르기까지 모두 서른 분을 만났다. 실제로 만나 인터뷰한 경우가 대부분이었지만 고인인 경우에는 그분에 대한 회상의 내용을 쓰기도 했다. 비평가로서 최대 행복을 누린 순간들이었다. 물론 이러한 형식에선 그분들의 언어를 전달하는 매개자 역할이 클 수밖에 없기 때문에 비평가로서의 본연적 임무는 유보되거나 실종되기 쉬웠다. 그러고 보니 이 코너를 통해 나..

투옥·고문 속에서도 유신독재에 저항… 죽음을 넘어 생명 노래

[유성호 교수가 찾은 문학의 순간] 김지하 시인 6·3항쟁 첫 옥고, 고문·투옥 반복 사형 선고받자 세계적 구명운동 민주화운동·민족문학 상징 우뚝 ‘위대한 시인상’ 국제문학상 수상 “죽음의 굿판 집어치우라”는 표현 두고두고 따라다닌 ‘전향문’ 역할 영욕의 세월 건넌 ‘김지하의 언어’ 저항·생명의 사유에 자양분 될 것 ▲ 지난 8일 별세한 김지하 선생이 2001년 3월 서울신문과의 대담에서 1980년대부터 천착해 온 자신의 생명문화 운동과 그 이론적 바탕인 ‘율려’(律呂)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율려는 우주 질서의 근본이며 생명의 리듬이다. 서울신문 DB 지난 8일 김지하 선생이 별세했다. 1941년 신사(辛巳)생이니 우리 나이로 여든둘이다. 재작년쯤부터 몸이 편찮으시다고 들었지만 결국 생전에 뵙지 못했..

평생 결기로 정교하게… 영원한 문청, 국문학 전문 출판의 외길 걷다

[유성호 교수가 찾은 문학의 순간] 박성모 소명출판 대표 가난·습작의 고뇌 시절 교과서보다 시 읽고 동호회 활동 탄광서 학비 벌고 신간 시집 탐독 신춘문예 빠져 불면증·이명 앓아 15년 만에 시로부터 멀어져 평안 박성모 대표의 출판 철학 깊이 잃은 ‘자기 문학’ 많이 떠돌아 황혼 문예지 시장에 ‘문학인’ 발간 작가 발굴, 매호 역사가 되게 심혈 학술출판은 더 정확하고 공들여야 ▲ 박성모 소명출판 대표는 출판 문화의 정예화를 꿈꾼다. 학술전문 출판사를 꾸려 사반세기 외길을 걸어온 것도, 지난해 황혼 녘의 문예지 시장에 뛰어든 것도 그래서다. 바다를 향하는 냇가에 서 있는 고목 한 그루가 되겠다는 ‘영원한 문학청년’의 눈이 빛난다 지난해 봄, 문예지 하나가 세상에 나왔다. 계간 ‘문학인’이다. 소명출판 박성..

존재의 성찰을 넘어, 무한 우주로 향하는…‘새벽 언어’의 트레킹

[유성호 교수가 찾은 문학의 순간] 단국대 총장 김수복 시인 대학교 2학년 ‘한국문학’으로 등단 문학적인 보금자리 된 ‘단대신문’ 50년 전 수습, 현재는 발행인까지 운명의 길 열게 해 준 윤동주 연구 한국시 상상력, 보편성 접속할 것 다른 듯 닮은 시인·총장의 역할 문창과 창설해 학문적 범주 확장 관성적 일상 낯설게 보는 게 혁신 창작과 조직 활성화의 출발점 같아 실존적 자유·구성원 공감 다를 뿐 ▲ 최근 열세 번째 시집 ‘고요공장’을 펴낸 김수복 단국대 총장. 최근 김수복 시인은 시집 ‘고요공장’을 출간했다. ‘슬픔이 환해지다’(2018) 이후 펴낸 열세 번째 시집이다. 작품 대부분은 양재천 산책과 히말라야 안나푸르나 설산이 바라보이는 네팔 포카라에서 얻어진 결실이다. 시인은 이 작품들이 황폐한 시대..

마음근육 키우는 소통과 공감… 다큐, 책, 강연으로 담아내다

[유성호 교수가 찾은 문학의 순간] ‘인문 에세이스트’ 박상미 ▲ 2015년 미혼모와 입양인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마더, 마이 마더’를 촬영 중인 박상미 작가. 작가 박상미를 한마디로 규정하기는 쉽지 않다. 그는 글쓰기는 물론 영화 연출, 심리 상담, 방송 진행, 연구와 강연과 교육 등 여러 방면의 활동을 해 왔기 때문이다. 몇 사람이 협업해도 감당하기 힘든 일들을 오롯한 완성도로 이루어 온 그는 정작 자신을 어떻게 규정할까? “매 순간 의미를 발견하는 사람으로 남고 싶어요. 어떤 그릇에 마음을 담아야 더 많은 사람에게 가닿을 수 있는지를 고민하다 보니 여러 가지를 하게 된 것 같아요. 그래도 제 관심은 ‘사람’입니다. 언제나 사람에게 배우고 귀 기울이고 싶습니다.” ▲ 독일 학술교류처 연구원 시절..

짧은 언어, 여백, 절제 & 삶

[유성호 교수가 찾은 문학의 순간] ‘극서정시’ 최동호 시인 ▲ 최동호 시인은 절제와 무욕을 지향하는 여백과 극소의 언어로 반세기 이상 ‘극(極)서정시’의 길을 가고 있다. ‘제왕나비’ 이후 2년 반 만인 지난해 말 펴낸 9번째 시집 ‘황금 가랑잎’에서 그는 보잘것없지만 소중한 존재자들을 ‘가랑잎’의 심상에 비유하고 거기에 ‘황금’이라는 보편적 생명의 본질을 부여하고 있다. 사진은 2014년 은퇴 후 첫 시집이자 7번째 시집인 ‘수원 남문 언덕’을 발간했을 당시 서울신문과 인터뷰하던 시인. 서울신문 DB 최근 한국 시가 너무 길어지고 소통이 어려워진 데 대해 부정적 전망을 내놓는 이들이 제법 많다. 모든 장르는 변화하는 것이고 예술에는 특유의 난해성이 잠복하게 마련이라는 견해에 비추면 이 또한 변화의 와..

채움과 비움… 백지에서 나오는 하염없는 말들을 새기다

[유성호 교수가 찾은 문학의 순간] ‘한국 시단의 극점’ 김언 시인 최근 김언 시인은 일곱 번째 시집 ‘백지에게’(2021)로 대산문학상을 수상했다. 그만의 스타일과 목소리가 어김없이 느껴지는 영락없는 ‘김언 브랜드’ 시집이다. 이번에도 그는 스스로의 스타일과 동일성을 견고하게 다지면서 자신의 사유와 언어의 연쇄적 파동이 여전히 매혹적임을 증명했다. 더불어 담백해지기까지 한 서정성이 얹혀 있어서 이 시집은 그의 스타일과 메시지가 온전하게 장착되고 심화돼 간 기념비가 되기에 족한 것 같다. 2018년 김언은 시집 두 권을 냈다. 문장 실험 성격이 강한 ‘한 문장’과 이야기성이 강한 ‘너의 알다가도 모를 마음’이다. ‘백지에게’는 이 시집들의 종합편처럼 느껴진다고 그는 말한다. “한 시기가 끝났다는 느낌을 ..

수필은 곧 사람… 오늘도 글에서 영혼의 무늬를 건져 올린다

[유성호 교수가 찾은 문학의 순간] 최원현 한국수필가협회 이사장 ▲ 지난 11일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에서 열린 한국수필가협회 창립 50주년 기념식에서 인사말을 하는 최 이사장의 모습. 지난 11일 오후 한국수필가협회 창립 50주년 행사가 있었다. 수필계의 종가인 한국수필가협회는 1971년 2월 창립돼 반세기 동안 성숙한 내적 역량을 쌓아 왔는데, 올해 초 임기를 시작한 최원현 이사장의 소회가 남달랐을 것 같다. “한국수필가협회는 범수필문학 단체로 시작했습니다. 수필가라면 누구나 들어와 활동할 수 있지요. 수필문학의 중흥과 대중화를 위해 선배님들이 이루어 온 업적이 너무도 큽니다.” 이러한 업적 위에서 이제 수필은 한국문학의 주변부를 벗어나 자신만의 문학적 위상을 확고하게 확보하면서 미래 문학으로서의 기..

켜켜이 文香 쌓인 시민의 안식처… ‘공감의 공간’ 채운 시인의 온기

[유성호 교수가 찾은 문학의 순간] 탄생 20주년 ‘문학의집 서울’ 이사장 김후란 시인의 삶과 꿈 ▲ 20주년을 앞둔 문학의집·서울에서 김후란 이사장. 서울 남산 자락 예장동에 아담하게 들어선 ‘문학의집·서울’이 탄생 20주년을 맞았다. 짧지 않은 시간 동안 문단의 중요한 행사와 공연과 토론의 장 역할을 했던 문학의집·서울로서는 큰 경사다. 설립 주역으로서 오랫동안 문학인들을 모으고 그들의 가교 역할을 해온 이사장 김후란 시인으로서는 소회가 남다를 수밖에 없겠다. “여럿이 생각을 모으면 이로움이 크다는 ‘집사광익’(集思廣益)이라는 말을 소중하게 생각해 봅니다. 지난 20년간 문학인들의 힘을 합쳐 우리 사회에 문화융성의 기운을 불어넣는 데 작지 않은 역할을 해 왔다고 자부합니다. 영광스럽고 감사할 따름입니..

이국 땅에 선 목월의 핏줄, 놓지 않았던 모국어 젖줄

[유성호 교수가 찾은 문학의 순간] 미주문협회장 김준철 시인 ▲ 올해 미주한국문인협회의 23대 회장이 된 김준철 시인은 협회 막내 세대의 신선한 시각으로 미국에서 활동하는 한국 문인의 현재와 미래를 그려 가고 있다. “이민사회 속 한인의 삶에 힘이 될 수 있는 문학과 협회”를 만드는 게 그의 바람이다. 지난 8월 말 열흘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머물렀다. 지난해에 하려다가 감염병 사태로 연기됐던 미주한국문인협회 여름캠프에 강연자로 참여하기 위해서였다. 미주문협은 일상적으로는 이중언어 환경에 놓인 이민자 문인들이 모국어에 대한 사랑을 굳건하게 견지하면서 문학 활동을 해가는 모임이다. 이분들이야말로 문학을 통해 오래고 오랜 이민자로서의 기쁨을 누리고 슬픔을 견뎌 올 수 있었을 것이다. 성황리에 막을 내린 여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