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 강의 3

슬픔에 닿는 길, 사랑으로 가는 길

[가톨릭일꾼] 한상봉 칼럼 싸륵싸륵 눈은 내리고, 광화문에서 집회가 열렸다. 태안화력발전소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하던 스물네 살 청년이 혼자서 순찰업무를 돌다가 석탄이송 컨베이어벨트에 끼여 ‘사망’했다. 사고가 나고도 네 시간가량 방치되었던 한밤중, 그의 영혼은 얼마나 무섭고 외롭고 참혹하였을까? 그는 사고가 발생하기 전 청와대 앞에서 “문재인 대통령, 비정규직 노동자와 만납시다”라고 쓰인 손피켓 하나를 유서처럼 미리 남겼다. 그의 언어는 청와대에 닿았을까? 그를 너무 앞질러 열사라 부를 필요는 없다. 그 순간 참혹한 죽음의 의미가 흐려질 테니. 그는 희생자였다. 예수를 십자가에서 내리기 전까지 그 어머니와 그를 사랑하던 이들이 슬퍼했던 것처럼, 우리에게 남겨진 것 역시 충분히 슬퍼하는 일이다. '우물에서 ..

인문학 강의 2019.01.09

악의 꽃/보들레르

- 샤를 보들레르(황현산 역, 민음사) -만물조응- 자연은 하나의 신전, 거기 살아 있는 기둥들은 간혹 혼돈스러운 말을 흘려보내니, 인간은 정다운 눈길로 그를 지켜보는 상징의 숲을 건너 거길 지나간다. 밤처럼 날빛처럼 광막한, 어둡고 그윽한 통합 속에 멀리서 뒤섞이는 긴 메아리처럼, 향과 색과 음이 서로 화답한다. 어린이 살결처럼 신선한 향기, 오보에처럼 부드러운 향기, 초원처럼 푸른 향기들에 - 썩고, 풍성하고, 진동하는, 또 다른 향기들이 있어. 호박향, 사향, 안식향, 훈향처럼, 무한한 것들의 확산력을 지니고, 정신과 감각의 앙양을 노래한다. -이방인- 너는 누구를 사랑하느냐? 말해보라, 수수께끼 같은 사람아 아버지냐, 어머니냐, 누이? 아니면 동생이냐? 나는 아버지도 어머니도 누이도 동생도 없소 ..

인문학 강의 2018.08.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