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일꾼] 한상봉 칼럼 싸륵싸륵 눈은 내리고, 광화문에서 집회가 열렸다. 태안화력발전소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하던 스물네 살 청년이 혼자서 순찰업무를 돌다가 석탄이송 컨베이어벨트에 끼여 ‘사망’했다. 사고가 나고도 네 시간가량 방치되었던 한밤중, 그의 영혼은 얼마나 무섭고 외롭고 참혹하였을까? 그는 사고가 발생하기 전 청와대 앞에서 “문재인 대통령, 비정규직 노동자와 만납시다”라고 쓰인 손피켓 하나를 유서처럼 미리 남겼다. 그의 언어는 청와대에 닿았을까? 그를 너무 앞질러 열사라 부를 필요는 없다. 그 순간 참혹한 죽음의 의미가 흐려질 테니. 그는 희생자였다. 예수를 십자가에서 내리기 전까지 그 어머니와 그를 사랑하던 이들이 슬퍼했던 것처럼, 우리에게 남겨진 것 역시 충분히 슬퍼하는 일이다. '우물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