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7 / 김진영 주말 오후 카페테라스에서 시간을 보낸다. 한곳에서 중년의 여자들이 모여서 수다를 즐긴다. 가끔씩 섹스라는 단어가 건너온다. 저편 원탁에는 남자들이 모여서 정치 얘기를 한다. 모두들 등산복을 입었다. 다른 곳 테이블에서는 하나님이라는 단어가 자주 건너온다. 나는 그냥 거리 풍경을 바라본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그냥 오후의 햇빛, 부드러운 바람, 달리는 자동차, 자전거 타는 사람, 걸어가는 사람들을 바라본다. 무의미의 시간, 그냥 흘러가는 시간. 순간도 영원도 아닌 어쩌면 그 모두인 저무는 휴일 오후의 시간. 생이 농익어가는 셀러브레이션의 시간. 뫼르소의 시간. 니체의 시간―아 여기서 더 무엇이 필요한가. 「아침의 피아노」(2018, 한겨레출판) 쏟아지는 햇살 속에서 부드럽게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