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일/ 김사인 이도 저도 마땅치 않은 저녁 철이른 낙엽하나 슬며시 곁에 내린다 그냥 있어볼 길밖에 없는 내 곁에 저도 말없이 그냥 앉는다 고맙다 실은 이런 것이 고마운 일이다 - 창비시선집 가운데 - 딱히 맥 풀어질 일이나 느닷없는 외로움이 찾아든 것도 아닌데 아무 것도 하고 싶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아니 아무 것도 할 수 없을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는 휴대폰도 내던지고, 손목시계도 풀고, 안경도 벗어버립니다. 와이셔츠의 단추도 몇 개 풀어재끼고요. 내 몸 모두 헐렁히 연 채 빈둥거리는 것 말고 달리 할 수 있는 일이란 없는 게지요. 아니 곁을 두리번거리는 것조차 번잡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억지로 평온을 찾고, 안정을 취할 그 무슨 사연이 있어서도 아닌데 말입니다. 그럴 때는 이미 곁에 있는 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