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 심/ 공광규
뒤꼍 대추나무
약한 바람에 허리가 뚝 꺾였다
사람들이 지나며 아깝다고 혀를 찼다
가지에 벌레 먹은 자국이 있었나?
과거에 남 모를 깊은 상처가 있었나?
아니면 바람이 너무 드샜나?
그러나 나무 허리에선
아무것도 찾아내지 못했다
다만 너무 많은 열매를
나무는 달고 있었다.
-시집 '지독한 불륜' 실천문학사-
일반적으로 과수는 열매를 솎아주지 않으면 과실이 작아질 뿐 아니라 이듬해 해거리를 하게 되는 원인이 되므로 반드시 솎아 주어야 한다. 이 대추나무는 그것과 다른 이유로 열매를 너무 많이 달고 있어 가지가 그 무게를 감당하지 못해 꺾였다. 이런저런 다른 이유를 먼저 찾아봤지만 결국은 욕심 때문임을 알았다.
톨스토이의 우화에 한 가난한 농부 얘기가 있다. 이 농부는 평소 귀족들처럼 넓은 땅을 갖고 싶은 욕망에 넘쳤는데 어느 날 한 귀족으로부터 제의를 받는다. “여보게 파콤, 내가 그 소원을 풀어주지. 자네 마음대로 하루 동안 달리면 그 만큼의 땅을 자네에게 주겠네.” 다음 날 그는 아침 일찍 일어나 신이 나서 죽기 살기로 넓은 들판을 달렸다. 한 발을 내디딜 때마다 그게 자기 땅이라니. 마침내 그는 엄청난 거리를 달린 뒤 출발점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숨을 헐떡이며 되돌아오자 곧 지쳐 쓰러져 죽고 만다.
결국 하루 종일 자기의 땅을 위해 달렸지만 그에게 필요했던 땅은 스스로 묻혀야 할 2평의 땅 뿐이었다. 끝이 없는 게 인간의 욕심이라지만 이치에 맞지 않는 지나친 욕심은 오히려 자신을 곤경에 빠뜨릴 수 있다. 욕심이 일을 그르치고 화를 부르는 예는 얼마든지 있다.
요즈음 베이징 올림픽의 경기 해설에서도 자주 듣지만 스포츠에서 하나같이 주문하는 것도 경기에 임할 땐 최선을 다하되 욕심을 버리라는 거다. 이를 지켜보며 응원하는 국민도 지나친 욕심은 자칫 허탈을 부를 수 있겠으나 결과에 관계없이 산뜻하게 격려를 보내고 과정의 아름다움에 박수를 쳐준다면야 그런 대리 욕망쯤은 괜찮을 것도 같다. 탱글탱글하지 못한 삶에서 마음껏 부려보는 주렁주렁한 메달의 욕심. 부디 꺾이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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