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순진의 맛있는 시읽기

먹어도 먹어도 / 이대흠

모든 2 2018. 6. 17. 14:43

 

 

먹어도 먹어도 / 이대흠

 

먹어도 먹어도 배부르지 않다는 농심 새우깡처럼, 아무리 그리워해도 나의 그리움은 채워지지 않고,

바삭바삭 금방 무너질 듯 마른기침을 토하며, 그리워 그리워해도 그리움은, 질리지 않고,

물 같은 당신께 닿으면 한꺼번에 녹아버릴 듯, 왠지 당신의 이름만 떠올라도 불길처럼,

먹어도 먹어도 배부르지 않는 그리움은.

 

-창비 시집 『눈물 속에는 고래가 산다』중에서 -

 

 

 먹어도 먹어도 배부르지 않는다는 말은 새우깡 회사의 광고 카피다. 아무리 먹어도 채워지지 않고, 질리지 않는 것은 그리움도 마찬가지란다. 그립다가, 그리워하는 사람을 만나면 그 가벼운 새우깡처럼 금방 녹아버릴 태세다. 새우깡 한 조각 입에 넣고 곧장 다른 한 조각이 입으로 들어가는 사이 추억의 틈새가 열리고, 그리움도 따라 열린다. 나도 모르게 손이 가듯 그리운 얼굴이 떠오른다.

 

 더러 가벼운 주전부리는 이렇듯 추억을 대동한다. 시간을 헐렁하게 하는 건빵, 강냉이 튀긴 것, 해바라기 씨, 감자칩, 조리퐁 따위의 질량이 가벼운 것들이 과거의 탱탱했던 시간과 관계를 맺는다. 그리움의 영상은 순간이다. 배가 불러오지 않는다.

 

 시인은 서울예전 문창과를 나왔지만 한 때 건설 현장에서 막노동을 했다고 한다. 일을 하다가 생각이 떠오르면 시멘트 포대에다 매직으로 메모를 많이 했는데 그게 수정 없이 고스란히 시가 되었단다. 그만큼 육신의 고단함 가운데서 희망도 그리움도 많았겠다. 

 

 먹어도 먹어도 배부르지 않는 그리움 때문에 양이 준 8백 원짜리 새우깡 한 봉지 가지고는 어림없다. 금방 바닥이 난다. 그리움의 용량에 비추어보면 노래방 새우깡 한 봉지는 더 헐어야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