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가만 부르는 노래 한상봉 벌써 이십 년 전이다. 전라도 무주 산골마을에 귀농했을 때였다. 마을이라야 우리 집 위아래 한 채씩 세 집이 모여 살았다. 욋집은 민중교회 전도사 하던 영미 씨, 아랫집은 전주에서 약사 하던 윤희 씨가 혼자서 살았다. 영미 씨는 노트 한 가득 노래 가사를 적어서 들고 다니며 노래를 외고 그 노래를 불렀다. 개신교 전도사답지 않게 국악을 좋아해서 집에선 라디오 채널 99.1 국악방송을 늘 틀어놓고 있었다. 아랫집 윤희 씨는 별명이 '인민가수'여서 내지르는 북한식 고음에 노래 듣는 내 마음도 허공에 떠오르곤 했다. '시인과 촌장'을 무척 좋아했던 늦은 처녀였다. 우리 집엔 결혼할 때 구입한 해묵은 전축 롯데파이오니아가 있었고,역시 해묵은 음반으로 안치환의 '지리산'과 러시아 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