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일꾼 CATHOLIC WORKER 156

처음이자 마지막 아침처럼

처음이자 마지막 아침처럼 한상봉 By Martin Erspamer 교회전례력으로 새해가 시작되었습니다. 교회는 새해를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을 기다리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예수님 당대에도 눈물의 골짜기에서 탄식이 그치지 않았고, 군중들은 하느님께서 직접 새로운 하늘 새 땅을 열어 주시기를 희망했습니다. 그분 메시아가 오시면 세상은 다른 얼굴을 보여줄 것입니다. 그분은 만인 만인에게 형제이고 자매인 나라를 꿈꾸셨습니다. 더 이상 억울한 죽음이 없고,섬기는 자가 다스리는 나라입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세상은 그리 쉽게 바뀌지 않았습니다. 오대양 육대주에 교회가 건설되어도 사정은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이승에서 낯선 이방인처럼 순례하는 백성들인 교회와 그리스도인들에 대한 기대는 헛된 염불처럼 들리고, 세상에서 가..

탈핵,포기하지 않는 것이 희망이다

탈핵,포기하지 않는 것이 희망이다 정수희 활동가(부산에너지정의행동) 장영식 부산에너지정의행동 정수희 활동가를 만났습니다. 정수희 씨는 핵발전소가 가장 많이 있는 부산에서 일찍부터 반핵 활동에 투신했습니다. 정수희 씨는 경북 고령 출신으로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고령에서 보냈습니다. 중학교 때,교회에서 갔던 연합수련회에서 "지금은 이름을 알 수 없지만,대구에서 오신 교수님이 보여주신 체르노빌 핵발전소 사고와 체르노빌 아이들이 피폭된 사진들 때문에 충격을 받았다."고 회상했습니다. 이때 처음 반핵 교육을 받은 셈입니다. 그녀는 양산에 있는 경남외고에 다녔습니다. 그때 같은 반에 서생에서 온 학생들이 서너 명 있었습니다. 지금도 간혹 그 친구들과 만나거나 통화를 할 때,"너는 서생에 없는데,내가 서생을 지키고 있..

코로나19백신 이후가 더 걱정

코로나19백신 이후가 더 걱정 박병상 코로나19 감염자 현황이 하루 500명을 며칠 돌파하더니 오늘 400명대로 떨어졌다. 내일도 줄어들려나? 긴장의 연속이다. 2020년은 코로나19가 압도했다. 백신이 본격 시판되리라 예상하는 2021년은 코로나19에서 벗어나려나? '감염재생산지수'가 1이 넘으면 확진자는 늘어난다. 현재 1.55라고 언론이 보도했다. 한명의 감염자가 1.55명에게 코로나19를 전파한다는 의미라는데,하루 확진자가 300명 전후일 때 0.98이라고 했다.1년 가까이 코로나19가 계속되면서 피로감이 늘었다. 겨울에 면역력 떨어지는 사람이 많다는데,해외 사정은 우리보다 심각하다. 언론은 믿을만한 백신과 치료제의 성과를 연일 보도하는데,코로나19가 삼킨 2020년은 머지않아 기억 저편으로 사라..

시인 구상의 "하느님,맙소사!"

시인 구상의 "하느님, 맙소사!" 김유철 2019년 가을 무렵 구도(求道) 시인 (분도출판사)이 나올 때 평전의 의미를 성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박현동 아빠스는 이렇게 말했다. "백 년 전, 이 땅이 해방의 열망으로 꿈틀대던 때 한 시인의 지상여정이 시작되었다. 외세지배와 민족분단과 동족상잔. 그 고난의 역사 속에서 정련된 시인의 문학은 끝내 큰 물 줄기를 이루어 사람들의 가슴을 적셨습니다. 영원의 세계를 갈망하던 시인은 비극적 현실을 초월한 새 지평을 열었습니다. 초토(焦土)에서 다시 생명이 피어나기 바라던 시인의 소망은 그리스도교 영성을 관통하여 가혹한 운명의 굴레 속에 주저앉은 사람들 사이에서 진실로 기쁜 소식이 되었습니다. 탄생 백 주년을 기념하여 나온 이 평전은 시인의 문학 작업을 기리는 사업에 ..

완전히 달라진 나,<빅이슈>를 구매하며

완전히 달라진 나,를 구매하며 최태선 노량진 전철역 앞을 지날 때에는 '빅판'을 찾습니다. 장사가 잘 안 되는지 최근 몇 달간 '빅판'을 보지 못했습니다. 몇 년 동안 여러번 사람이 바뀌었습니다. 가장 최근에는 아주 젊은 분이었는데 보이질 않습니다. 낙관적인 생각을 할 수 없습니다. 코로나로 사람들이 어려워지면 이들이 가장 큰 타격을 받는다는 건 너무도 당연한 일입니다. 그래서 장사가 더 잘되는 곳을 찾아갔거나 장사를 포기했을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합니다. 가슴이 아픈 일입니다. 제가 만나게 되는 사람들은 대부분 그리스도인들입니다. 그런데 (The Big Issue,홈리스를 지원하기 위해 발행되는 거리신문)와 그것을 파는 '빅판'이 무엇인지 아는 사람들이 그리많지 않습니다. '빅판'은 거리에서 를 판매하는..

폭풍이 지나간 뒤에 우리를 더 낫게 해달라고

Book Reviw 폭풍이 지나간 뒤에 우리를 더 낫게 해달라고 한상봉 ,교황 프란치스코,21세기북스,2020 프란치스코 교종의 비전을 새로운 책이 번역 출간되었다이 책은 '더 나은 미래로 가는 길'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내 생각에 지금은 심판의 시간인 듯합니다."라는 말로 시작되는 이 책은 지금 이 코로나 시대를 위기이며 기회의 때(카이로스,Kairos)로 보고 있다. 교황과 공동 작업에 들어간 오스틴 아이버레이는 이 책이 코로나19로 인한 봉쇄기간에 잉태되었다고 말한다. 2020년 3월 27일, 로마는 부활절을 앞두고 텅빈 교회와 썰렁한 거리로 불안했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어둡고 을씨년스런 광장에서 교황은 예정에 없던 교황강복에 나섰다. 이날 교종은 이 시련과 전환의 때가 지나면 우리 인류가..

당신들의 문명은 지구의 생명을 죽이고 있다

서구 세계에 보내는 원주민의 메시지 "당신들의 문명은 지구의 생명을 죽이고 있다." 네몬테 넨퀴모 [아마존 아홉 국가의 대통령과 우리의 열대 우림 약탈에 대한 책임을 공유하는 세계의 모든 지도자들에게] 내 이름은 네몬테 넨퀴모. 와오라니 여인이자 한 어머니이며 우리 부족의 지도자이다. 아마존 열대 우림이 내 집이다. 내가 이 편지를 쓰는 이유는 여전히 숲이 불타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들이 우리 강에 기름을 흘리기 때문이다. 광산업자들이(500년 동안 그러했듯)금을 훔치고 뒤로는 입을 벌린 구덩이와 유독물질을 남기기 때문이다. 소를 키우고 농장을 만들어 백인들이 먹을 수 있도록 땅 강탈자들이 처녀림을 찍어내기 때문이다.우리에게 한 번도 도움이 된 적이 없는 경제를 살리기 위해 당신들이 우리 땅을 조각낼 궁..

알파걸 시대에 교회는 어디에 있는가?

알파걸 시대에 교회는 어디에 있는가? 김경집 현대문명이 낳은 핵심적 가치를 하나만 꼽는다면 나는 주저하지 않고 '자유로운 개인'이라고 대답한다. 중세와 결별하고 근대의 문을 열고 현대에 이르기까지 일관된 보편적 가치가 바로 그것이었다. 그 '당연한'가치는 저절로 주어진 게 아니다. 인류가 투쟁해서 쟁취한 것이다. 때론 피 흘리고 목숨까지 바쳐서 얻어낸 전리품이다. 우리는 그것을 당연하게 여기지만 수많은 이들이 그것을 위해 투쟁했다. 20세기는 두 차례의 세계대전을 치르느라 그 가치가 유보되거나 퇴행하기도 했지만 1960년대 들어서면서 거세게 세상을 뒤흔들었다. 인류 역사상 그 시절만큼 세상이 뜨겁게 달궈진 적은 없었다. 그러나 불행히도 우리는 군사쿠데타와 산업화로 바깥세상의 변화에 대해서는 거의 무감각했..

교회의 중산층화,교회의 진짜 적은 따로 있다

교회의 중산층화,교회의 진짜 적은 따로 있다 김광남 교회는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이루어진다. 세상의 그 어떤 조직이나 단체도 교회만큼 다양한 부류의 사람들을 구성원으로 갖고 있지 않다. 그렇게 모인 이들은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다른 이들을 "형제와 자매"라고 부른다. 그 형제와 자매들은 정기적으로 함께 모여 찬송과 기도를 드리고 신앙을 고백하며 그리스도의 제자로 살겠다고 다짐한다. 그러나 늘 딱 거기까지만이다. 그럴듯한 신앙고백까지만. 교회 안에서 형제와 자매로 살아가는 이들의 삶의 모습은 그야말로 천차만별이다. 내가 아는 어느 형제는 요즘 경제적으로 곤경에 처해 있다. 한 달 한 달 버티는 게 기적이다. 싶을 정도다. 어느 자매 하나는 치유하기 어려운 질병 때문에 큰 고통 속에 있다. 반면에 어느 ..

사연을 묻지 않는 하느님의 숨

사연을 묻지 않는 하느님의 숨 홀리 루드 묘지에서 환대의 집까지 조민아 홀리 루드(Holy Rood)는 스코틀랜드 방언으로 "성십자가"라는 뜻이다. 내가 살고 있는 곳은 미국 위싱턴 디시의 북서부,포토맥 강을 끼고 있는 조지타운(Georgetown)이란 작은 동네인데,집에서 걸어 5분 거리에 '홀리 루드,"라는 이름의 공원묘지가 있다. 자그마한 규모이지만 188년의 역사와 함께 7,000여 구의 시신이 묻혀 있는 유서 깊은 곳이다. 노예 출신의 아프리카계 미국인 1,000여 명,남북전쟁의 퇴역 군인 그리고 아일랜드계 미국인들을 비롯해 유럽에서 건너온 이민자들이 이곳에서 마지막 안식을 찾았다. 1990년 이후로는 찾아오는 발길이 적어 수십 년 동안 도로 한쪽에 버려져 있었다는데,2018년 조지타운 대학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