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일꾼 CATHOLIC WORKER 156

임성혁, 사회적 약자에게 친절한 우리 동네 약사

임성혁, 사회적 약자에게 친절한 우리 동네 약사 장영식 그이는 우리 동네 약사입니다. 진해 사람이 부산에서 약대를 졸업하고, 밀양과 울산을 거쳐 전포동에 정착했습니다. 그이는 어릴 때부터 진해라는 지역적 특성에 따라 사관학교에 진학하는 것이 꿈이었습니다. 그러나 그 꿈이 신기루였음을 뒤늦게 알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할아버지가 보도연맹 사건에 연루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이는 분단사회의 아픔을 안고 약대에 진학했습니다. 약대에서 부조리한 사회의 온갖 문제에 대해 깨우쳐 가게 됩니다. 그이가 약대에 입학한 해에는 강경대, 박창수 열사 사건이 있었습니다. 이들의 사망 사건은 그이가 세상에 눈뜨게 되는 충격적 사건들이었습니다. 강경대 열사 사건을 통해 시인 김지하와 박홍 신부 등으로 대변되던 ..

현장에서 피해자와 함께하는 절규

Book Review 현장에서 피해자와 함께하는 절규 김유철 시집 , 불휘 미디어, 2021 전점석 어떤 이들은 시대의 아픔을 자기 일로 생각하는 시를 비난하면서 시가 아니라 성명서라고 한다. 그들은 평화로운 세상에서나 어울리는 서정시에 갇혀 진실을 볼 생각을 아예 하지 않는다. 폭력이 난무하는 시절에는 이것저것 따질 것 없이 적과 싸우기 위한 무기가 되어야 한다. 한국 단편소설의 완성자인 이태준은 단편소설 에서 "나의 붓은 칼이 되자. 저들을 위해서 칼이 되자."라고 했다.(. 임형택, 한길사, 2008,727쪽) 시인 김남주는 생전에 "나는 시인이라기보다 무슨 글쟁이라기보다 전사여, 전사!"라는 말을 자주 했다. 그렇다, 독재의 시대, 분단의 시대에는 작가도 국민이고, 시민이기에 먼저 해야 할 게 있..

브루드호프 공동체에서 배운다

Book Review 브루드호프 공동체에서 배운다 , 피터 맘슨 저,칸앤메리 역, 바람이 불어오는 곳, 2021 이원영 "저는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하나요?" "다른 사람과 어떻게 관계를 맺을 수 있죠?" "인생에서 중요한 건 뭔가요?" "하느님은 어떤 분이신가요?" 지구에 태어나 살아가면서 위의 질문을 던지며 고민하지 않은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고 단언 할 수 있다. 하지만 수많은 사람들이 질문은 하지만, 답을 찾기 위해 치열한 구도의 길을 걷는 이들은 드물다. 그냥 남들처럼 살다 생을 마감한다. 그렇게만 살아도 다행이지만 타인의 희생으로 자기를 만족시키는 거머리는 또 얼마나 많은가? 의 저자인 피터 맘슨은 그의 할아버지 요한 하인리히 아널드(J. Heinrich Amold)의 삶을 추적하며 위의 질문..

교회와 유리천장

교회와 유리천장 김경집 익숙한 오류 혼배성사 때 가장 흔히 인용되는 성경의 구절 가운데 "이야말로 내 뼈에서 나온 뼈요 내 살에서 나온 살이로구나! 남자에게서 나왔으니 여자라 불리리라."(창세 2,23)는 문장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지금이야 그렇게 강론하는 사제는 거의 없지만 예전에는 신부에게 일평생 신랑에게 순종하라고 훈계하는 말을 빠뜨리지 않았다. 어느 문화권에서나 남녀 차별이 엄존했다. 일반문화에서는 시대의 변화에 따라 그 차별에 대한 인식과 반성을 통해 평등의 방식으로 회복되는 데 반해 종교에서는 경전의 엄격성과 무위성만을 강조하면서 시대의 변화를 무시하고 끄떡없이 그대로 존재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답답하다. 남녀의 차별만큼 오래 된 억압의 역사도 없다. 도대체 왜 남자의 우월성을 그토록..

심장의 혁명 -도로시 데이 이야기

심장의 혁명-도로시 데이 이야기 다큐 영화로 도로시 데이를 본다 가톨릭일꾼운동 창립자 도로시 데이를 다룬 영화가 개봉되었습니다. (Revolution of Heart-The Dorothy Day Storwy,2021) 마틴 도블마이어(Martin Doblmeier) 감독은 짧은 시간(57분) 안에 도로시 데이의 삶의 본질을 전달합니다. 의 발행인이자 편집장인 로버트 엘스버그, 배우이며 사회활동가인 마틴 쉰, 도로시 데이의 손녀이자 가톨릭일꾼 활동가인 마사 헤네시와 케이트 헤네시, 그밖에 조안 치티스터와 짐 월리스,뉴욕교구장인 티모스 돌란 대주교 등이 인터뷰에 나섰습니다. 도로시 데이는 1897년에 태어난 1980년 11월 로널드 레이건이 당선된 선거까지 살았습니다. 그해에 엘살바도르의 오스카 로메로 대주..

하느님 앞에서 돈을 업신여기는 교회를 꿈꾼다

하느님 앞에서 돈을 업신여기는 교회를 꿈꾼다 최태선 저는 아가페서점을 자주 드나들었습니다. 그렇게 드나들던 어느 날 그곳에서 일하시는 분이 제게 혹시 목사님이 아니시냐고 물었습니다. 그렇다고 대답을 했더니 신부님들처럼 책값을 할인해주는 카드를 발급해 주셨습니다. 그 이후 만나면 자연스럽게 인사하는 사이가 되었습니다. 하루는 그분이 제게 목사님 안녕하시냐는 인사를 하는 것을 보고 그곳에 계셨던 수녀님이 말을 거셨습니다. 그리고 책을 하나 소개해 주셨습니다. 수녀님이 권해 주신 책 오래 전 일이라 책 제목은 생각이 나지 않지만 빨간 표지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수녀님의 권유에 따라 그 책을 샀습니다. 읽어보니 한 장로교 교수 부부가 가톨릭이 이단임을 입증하기 위해 자세히 조사를 하다가 오히려 가톨릭으로 개종..

열심히 일하고 열심히 기도하세요

열심히 일하고 열심히 기도하세요 도로시 데이와 토머스 머튼에 관하여 짐 포리스트에게 듣다 20세기 영적 거인이며 가톨릭일꾼운동의 공동설립자인 도로시(Dorothy Day)와 유명한 트라피스트 수도자이자 작가인 토머스 머튼(Thomos Merton)을 둘 다 알고 평전을 쓴 사람은 없습니다. 하지만 전직 신문의 편집장이었던 짐 포레스트는 두 사람의 평전을 썼고, 그의 독특한 통찰력은 많은 가톨릭 신자들이 아직 공식화 되지 않았지만 성인으로 추앙받는 두 인물의 인간적 측면을 보여줍니다. 도로시 데이와 토머스 머튼,이 두 사람에 대한 관심이 왜 사그러들지 않는가. "머튼은 몇 년이 지나도 개화를 멈추지 않는 특정 식물처럼 다년생 식물입니다."라고 짐 포리스트는 말하는데 머튼은 1968년에 사망했지만 머튼의 책..

스승이 필요한 시간

스승이 필요한 시간 유형선 , 홍승환, 예문 아카이브, 2021 '스승'이란 말은 일상에서 쉽게 쓰진 않는다. '선생'이란 단어는 워낙 흔히 사용하고, '멘토'라는 외래어도 매스컴에서 많이 쓰지만, '스승'은 분명 격이 다르다. '스승'이란 말은 '영혼을 이끌어 주신 분'이라는 뜻이 짙게 배어있기 때문이리라. '스승'은 예나 지금이나 혼이 서린 말이다. 글을 찾아보니 '스승'이라는 말은 원래 '무당'이라는 뜻이었다. 지금도 함경도 방언 '스승'에서 '무당'의 의미를 찾을 수 있다. 그리 놀랄 필요가 없다. 아주 먼 옛날엔 왕도 무당이었고, 의사(醫師)도 무당이었다. 무리를 이끄는 지도자 '스승'이라는 뜻이 시대에 따라 불교 사회에서는 '스님'을 유교 사회에서는 '선생(선비)'을 부르는 말로 변했을 뿐이다..

안전지대 벗어나 던져진 나

안전지대 벗어나 던져진 나 정다빈 2년 전 이사를 하고 좋았던 점은 공항을 오가기 편하다는 것이었다. 아직 코로나19가 일상을 덮치기 전이었다. 한두 달에 한 번 공항으로 향하고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늘 비슷했고, 길 위에서 느끼는 감정 또한 대개 반복됐다. 우울한 감정은 '짐을 꾸려야 하는데' 생각만 하다 결국 침대에 누워버리는 출발 전날 밤에 최고조에 이르렀다. 아무리 반가운 얼굴들이 기다리고, 평소에 한 번쯤 가보고 싶었던 새로운 곳으로 향하는 발걸음이라고 해도 마찬가지였다. 출발 전에는 늘 귀찮고, 번거롭고, 떠나고 싶지 않은 마음에 사로잡혔다. 보통은 급하게 꾸린 가방과 함께 낯선 환경에 오롯이 던져지고 나서야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리고 일단 한번 여정이 시작되면, 출발 전의 괴로움과 귀..

도로시 데이 영성센터 2021년 여름호

채광석을 만나 사랑을 읽다 한상봉 오래 묵은 누런 책으로 남몰래 읽던 책이 한권 있습니다. 어느 날 문득 달리 발신인을 알 수 없었는데 나중에 카피라이트를 보고서야 후배가 편집했다는 걸 알게 된 책이 배송되어 왔습니다. 문학평론가 채광석이 지은 그 책이더군요. 참 고맙고 반가운 일입니다. "시경 삼백편의 정신을 한마디로 말한다면, 생각에 거짓과 사사로움이 없는 것(思無邪)이다." 하는 공자의 말에서 가져온 '사무사책방'에서 새 장정으로 출판되었습니다. 편집자는 "녹슨 쇠창살을 뚫고, 캄캄한 독재의 하늘 위로 폭죽처럼 쏘아올린 청춘의 화양연화"라고 이책을 소개합니다. 과연 그렇습니다. 채광석은 1975년 오둘둘 사건으로 체포되어 2년 6개월 동안 교도소에서 복역하며, 그가 'Better K'라고 부르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