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일꾼 CATHOLIC WORKER 156

기후위기의 절망을 넘어 생태 회복의 희망으로

기후위기의 절망을 넘어 생태 회복의 희망으로 이현아 by Sarah Fuller 슬픔에 직면하기 우리는 지금 수만의 생물종과 이별하는 중이다. 2019년 '유엔생물다양성과학기구'(UNIPBES)7차 총회에서 발표된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지구상에 존재하는 동식물의 8/1에 해당하는 100만 종이 멸종 위기에 처했고, 이들 중 50만 종은 생존할 수 있는 서식 공간이 없다. 동식물의 서식처인 숲과 삼림이 2000년 이후 매년 650만 헤타르(ha)씩 사라지고 있다. 인간 활동의 급격한 증가로 1970년이래 지표면의 75퍼센트가 현저히 변형됐고, 해양 지역의 66퍼센트가 치명적인 상태에 있으며, 86\5퍼센트 이사의 습지가 사라졌다. 인간의 지나친 활동은 동식물의 멸종뿐 아니라, 인간의 생존까지도 위협하고 ..

아파트 청소 노동자 우리는 쓸겠습니다. 당신들은 닦으십시오

아파트 청소 노동자 우리는 쓸겠습니다. 당신들은 닦으십시오 송경동 20여 개 작업을 전진했던 아버지의 마지막 직업은 아파트 경비노동자였다. 지하 주차장에서 찬밥을 데운 수돗물에 말아 드셨다. '경기중부아파트노동자협회'문화제에 왔다. 과천, 안양, 의왕, 군포 등지 아파트에서 일하는 내 아버지 같은 어머니 같은 분들이 처음으로 노조를 만들고 권리 찾기에 나서는 날이다. 이 사회를 위해 평생 일하다 이젠 한숨 돌리고 쉼도 가져보아야 할 분들이 최저임금도 못 받고, 입주자들 눈에 띄지 말 것.. 투명인간 취급을 받으며, 온갖 갑질을 당하며 살아가고 있다. 미친 세상이 되어 서울경기 아파트 가격이 두배로 뛸 동안 이 분들이 임금은 한 푼도 오르지 않았다. 어떤 인권이나 권리가 나아진 것도 없었다. 2018년부터..

주님의 종 도로시 데이,거룩하고 엉뚱한

주님의 종 도로시 데이, 거룩하고 엉뚱한 짐 포레스트 도로시 데이는 완전한 사람이 아닙니다. 도로시 데이가 성인이 된다면, 그녀는 노숙인들을 돌보는 사람뿐 아니라 화를 내는 사람들의 수호성인이 될 것입니다. 자신이 너무 성급하다고 말하는 사람에게 그녀는 "나는 당신이 평생 동안 참을 수 있는 것보다 1분 안에 더 많은 화를 참습니다."라고 대답했습니다. 자신의 수프 만드는 비법을 비꼬는 질문을 던진 대학생에게 "야채는 손가락에서 피가 날 정도로 썰었다."고 답했습니다. 자신을 성인처럼 취급하는 기자에게 "나를 성인이라고 부르지 마세요. 그렇게 쉽게 이웃되고 싶지 않습니다."라고 대답했습니다. 그러면서도, 도로시 데이는 거듭해서 "우리는 모두 성인으로 부름 받았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녀에게 성인이란 ..

오징어 게임과 K-기독교

오징어 게임과 K-기독교 이찬석 복음적 또는 보수적 신학자로 평가받는 칼 바르트(Karl Barth)는 '복음과 종교'를 구분하여 대립적인 관계로 설정한다. 바르트에게 있어서 '복음'은 하느님의 계시에 근거하고 있지만, '종교'는 인간적인 것(이성, 문화 등)에 근거한다. 복음은 계시로서 하느님으로부터 출발하여 인간에게로 오는 것이지만 종교는 인간(세계)으로부터 출발하여 하느님에게 이르려는 시도이므로 인간이 하느님처럼 되고자 하는 노예의 반란과 같다고 바르트는 주장한다. 여기에서 바르트는 기독교를 '복음'이 아니라 '종교'로 규정하고, 그의 종교비판의 정점에는 기독교 또는 교회가 있다. 그는 교회가 신의 문제를 일깨워 주기보다는 잠들게 하였다는 극단적 비판을 한다. 바르트가 설정하였던 복음과 종교의 관계..

노인복지관 점심시간 장면 하나

노인복지관 점심시간 장면 하나 최현숙 지 할머니는 방 두 칸짜리 연립주택에 혼자 살고 있어서 다른 독거노인들보다는 형편이 좀 나으려니 했는데, 유난히 도드라질 정도로 먹고사는 형편이 수급자 노인들보다 안 좋았다. 전세 보증금 8,000만 원에 아들까지 있어 수급자가 안 된다고 했다. 수급자가 아닌 노인은 3,000원을 내고 복지관 밥을 먹어야 하는데, 그 밥 좀 그냥 먹게 해달라고 여기저기 부탁을 해서 결국 무료 점심을 먹을 수 있게 되었다. 무료점심을 얻어낸 후로 그녀는 복지관 점심을 가운데 놓고 다른 일정들을 앞뒤로 배치하는 방식으로 하루를 지냈다. 공공근로를 따낸 달에는 월 20~30만 원이 더 들어오지만, 그 일은 불안정하다. 그러니 노인기초연금 30만 원이 거의 유일하고 안정적인 수입이다. 공공..

평신도를 위한 수도생활

Book Reviw 평신도를 위한 수도생활 한상봉 , 토마스 머튼, 분도소책 60 사람들마다 다르겠지만, 일상은 분주하고, 숨을 곳이 없는 세상은 때로 숨이 막힌다는 느낌으로 다가온다. 피할 곳이 없다. 인생은 전쟁과 같다지만, 전사들에게도 휴식은 있다. 어떤 이에게는 가정이 자궁 같은 웅숭그린 편안함을 주기도 하지만, 모든 가정이 다 그런 것이 아니다. 직장생활을 마치고 돌아와도 집안 일이 아직 남아있다는, '살아남기 위한' 투쟁은 끝나지 않았다는 생각에 한숨을 쉬기도 한다. 당연히 기도할 시간도 없다. 신앙인이라면 너무 쉽게 '기도하는 사람'을 떠올리겠지만,그건 주일에 하는 일이고, 평일은 살아남기에도 벅차다. 그럴 때 써먹으라고 교회가 가르쳐준 기도가 '화살기도'이지만, 아침저녁기도를 드리기도 어려..

작가는 글을 통해 죽고 부활한다

작가는 글을 통해 죽고 부활한다 조민아 이 나이에도 창작의 꿈을 버리지 못해 뭐라도 시작하고 싶어 가을부터 글쓰기 모이에 참여하고 있다. 이른바 나의 '구역' 바깥에 살고 계신 분들과 함께 중단편들을 읽고 소설을 쓰고 나누는 재미가 꽤 쏠쏠하다. 함께 읽은 소설 중 마침 내가 발제를 맡은 옌렌커의 중편 의 발제문을 소개한다. 정말 오랜만에 충격 받으며 읽은 소설이다. 스포일러 만땅이니 읽을 계획이 있는 분들은 그냥 패스하시길 바란다. 발제문 중에 장애인을 비하하는 표현은 작품에서 그대로 가져왔으므로 따옴표로 처리했다. 옌롄커의 몸서리쳐지는 운명이다. 요우쓰댁의 자녀 넷은 모두 뇌전증과 관련된 질병을 갖고 태어났다. 평생 잦은 발작과 더불어 지적 장애까지 안고 살아가야 한다. 막내인 아들마저 질병이 있다는..

그리스도인은 가난한 이들 앞에서 희망을 일궈야 합니다

그리스도인은 가난한 이들 앞에서 희망을 일궈야 합니다 제5차 세계 가난한 이의 날 강론 프란치스코 교종 [약한 이들 앞에서 고개를 돌리지 말고 사회정치적으로 참여하면서 가난한 이들의 고통을 덜어주는 행동에 나서야 한다. 프란치스코 교종은 11월 14일 연중 제33주일 성 베드로 대성전에서 거행한 제5차 세계 가난한 이의 날을 위한 미사를 통해 선의 회심자가 되라고 그리스도인을 초대했다.] 오늘 복음의 첫 부분에서 예수님께서 사용하신 이미지는 우리를 당혹스럽게 합니다. 해는 어두워지고, 달은 빛을 내지 않으며, 별들은 하늘에서 떨어지고, 하늘의 세력들은 흔들릴 것이라고 말합니다(마르 13,24-25 참조). 하지만 곧이어 주님께서는 우리에게 희망을 열어 주십니다. 바로 그 완전한 어둠의 때에 사람의 아들이..

신앙은 반사적 행동으로 드러난다

신앙은 반사적 행동으로 드러난다 최태선 어제는 오랜만에 책을 사러갔다. 바오로딸과 아가페 서적이 가까이 있는 분당엘 갔다. 오랜만이라 쉽게 서점을 찾지 못했다. 두 곳 모두에 이전에 근무하시던 분들이 근무하고 있었다. 반가웠다. 열 권 넘게 책을 사서 등에 지고 집으로 돌아왔다. 언제나 그랬듯이 부자가 된 느낌이었다. 지하철 환승하는 복도에 어떤 여인이 돈 바구니를 앞에 놓고 엎드려 있었다. 빨리 걷느라 지나쳤다가 다시 돌아와 만 원짜리 한 장을 넣어드렸다. 부끄러움이 많은 분인 것 같다. 만 원짜리를 보았다면 고맙다는 인사를 대여섯 번은 했을 텐데 반응이 없었다. 그래도 기분이 좋았다. 신림역에 내렸다. 나이 든 사람들을 싸게 해주는 미장원이 있기 때문이다. 배꼽시계가 점심시간이 지났음을 알려주었다. ..

도로시데이 영성센터 2021년 겨울호

세상에서 가장 낮은 거룩함 한상봉 파주로 이사 와서, 고양이가 한 마리 더 늘었습니다. 개인주택이라서 마당을 들이고, 나무를 심고 꽃도 심었습니다. 그리고 길고양이를 위해서 주차장 한구석엔 사료와 물그릇을 놓아두었습니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오고가는 고양이들의 얼굴이 달라지는 걸 보면, 그 아이들도 역마살이 있거나 오래 살지 못하는 듯합니다. 아침저녁으로 밥을 갈아주면서, 너희도 행복해라, 마음을 더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털이 거친 삼색이 고양이 한 마리가 테크 위에 올라앉아 그 자리를 떠나지 않습니다. 다리도 절룩거리는 듯한데, 바깥에 나가보면 매번 눈을 맞추려 올려다보며 야옹거립니다. 사나흘 데크 위에서 집안을 기웃거리는 이 아이를 결국 동물병원에서 진료하고, 집안으로 들였습니다. 집안에 고양이 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