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글 그리고 시 159

옥동의 한 아이에게/딸년을 안고/김사인

옥동의 한 아이에게/김사인 춥지 않느냐 외진 신작로 마른 먼지길 오똑하게 혼자서 가고 있는 아이야 해진 팔꿈치와 옷소매 쩍쩍 갈라진 네 조그만 주먹을 보며 꼬옥 움켜쥔 낡은 책가방을 보며 내 가슴은 사정없이 무너지는데 코 끝에 성가신 콧물을 문지르며 씩 웃는 네 얼굴은 말 못 할 맑음으로 눈부시다  목숨의 소중함과 사랑을 떳떳이 말하지 못하여 이제 내가 할 말은 ‘춥지 않느냐’는 물음뿐  추위와 가난을 썩 앞질러 야무지게 걸음을 옮기는 조그만 들에 대고 네가 자라 더 거센 추위가 닥칠지라도 오늘의 이 눈빛 잃지 말고 힘차게 북을 치며 나아가라고 속으로만, 그러나 목이 터져라 나는 외치는데  들리느냐, 아하 우리들의 아이야  -「밤에 쓰는 편지」-    딸년을 안고/김사인 한 살 배기 딸년을 꼭 안아보면 ..

발음(發音)/신석정

발음(發音)/신석정 살아보니지구는몹시 좁은 고장이더군요. 아무리 한 억만년쯤태양을 따라 다녔기로서니이렇게도 호흡이 가쁠 수야 있습니까? 그래도 낡은 청춘을숨가빠하는 지구에게 매달려 가면서오늘은 가슴속으로 리듬이 없는눈물을 흘려도 보았습니다. 그렇지만여보!안심하십시오,오는 봄엔나도 저 나무랑 풀과 더불어지절대는 새같이발음하겠습니다.

죽은 연못/정채봉

죽은 연못  -정채봉 「내 마음의 고삐 」중에서 연못이 있었다.연못에는 개구리와 물장개와소금쟁이와 물매암이,우렁이들이 어울려 살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이 연못의 우두머리인개구리가 며칠 연못을 비우면서물방개한테 관리를 맡겼다물방개는 기회는 이때다 싶어늘 말썽을 피우는소금쟁이를 해치워 버렸다. 한 동안 조용한 듯 싶던 연못에이번에는물매암이가 나서서 설쳤다물방개는 연못의 평화를 위해물매암이도 없애 버렸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우렁이가 나서서술주정을 부렸다."저런 병신 같은 놈이!"물방개는 우렁이도죽여 버리고 말았다.이제 연못이 고요하기만 하였다. 얼마 후,밖에서 돌아온 개구리가 깜짝 놀랐다.그토록 활기찼던 연못이죽음의 늪이 되어 있지 않은가.왜 이렇게 되었느냐고 묻자물방개가 대답했다."우리 연못의 평..

어느 날 갑자기/정채봉

남들처럼 열심히 '마련하기 위하여 '살아가는 이씨 전세방을 얻기 위하여 텔레비젼을 가지고자,냉장고를 사고자,마침내 집을 장만하고자,앞선 친구의 뒤통수만 바라보고 달려온 우리 가운데의 한사람,그에게 어느날 갑자기 두통이 일었다.   참을 수 없을 만큼 심한 고통이었다. 약국에 가서 약을 지어 먹어 보았으나 효과는 별로였다. 직장 동료의 권고의 따라 종합병원으로 가서 진찰을 받았다.   평소 안면이 있는 의사가 심각한 얼굴로 나타났다. "아직 단정적으로 말씀 드리기에는 이르지만...""그럼 암이란 말입니까?" "결과는 사흘 후에 나옵니다. 그렇게 속단하지 마십시오.""다 압니다 친구가 나같은 증상을 보인지 여섯달 만에 갔지요."   의사 앞에서는 담담하게 말했지만 병원을 나서면 서부턴 동료의 부축을 받아야만..

산에는 꽃이 피네/법정스님

마음을 맑게 하고 자연 속에서 많은 생명체들과 교감하며 나누면서 사는 기쁨,그것을 내가 낱낱이 다 알리지는 못하지만 나는 그렇게 살고 있다. 또 그렇게 노력하고 있다.   사람은 어떤 묵은 데 갇혀 있으면 안 된다. 꽃처럼 늘 새롭게 피어날 수 있어야 한다. 살아 있는 꽃이라면 어제 핀 꽃하고 오늘 핀 꽃은 다르다. 새로운 향기와 새로운 빛을 발산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가 일단 어딘가에 집착해 그것이 전부인 것처럼 안주하면 그 웅덩이에 갇히고 만다. 그러면 마치 고여 있는 물처럼 썩기 마련이다.   버리고 떠난다는 것은 자기가 살던 집을 훌쩍 나오라는 소리가 아니다.낡은 생각에서,낡은 생활 습관에서 떨치고 나오라는 것이다. 그렇지 않고 눌러 앉아서 세상 흐름대로 따르다 보면 자기 빛깔도 없어지고 자..

성묘/정채봉

소년의 아버지는 술망태였다. 항시 뿌연 막걸리 자국이 옷섶에서 지워질 날이 없었다.   소년의 은근한 자랑은 학교의 사친회장이 같은 마을에 사는 숙이 아버지라는 것이었다.그리고 소년의 부끄러움은 술망태가 그의 아버지라는 사실이었다.   소년의 아버지는 숙이네에 가서 품을 팔았다. 숙이 아버지가 지나가면서 '돼지가 왜 저 모양이야?" 하고 혼자말만 해도 소년의 아버지는 갈퀴 같은 손으로 돼지의 등을 득득 긁곤 했다.   세밀이었다.숙이네에서 돌아온 아버지를 소년은 밤늦게까지 기다렸다. 지게뽈에 소년의 새 신발을 달아매고 김이 나는 떡함지를 지고 돌아올 아버지를.   그러나 소년의 아버지는 온통 머리끝까지 술에 젖은 채 빈 지게로 돌아왔다. 짚가리에 쓰러지면서 주정을 했다. "이젠 자식을 깔머슴으로 들여보내..

세계 행복 학자들이 말하는 '행복'

"야망은 사람을 행복하게 하지만,질투는 사람을 불행하게 한다.(크라우디이 세닉 소르본대학 경제학 교수) "자,팔을 들고 다함께 리듬에 맞춰 흔들어보자."(호세 데 헤수스 가르시아 메가 멕시코 몬테레이대학 교수) "우정을 위해 지금보다 더 노력해라,기쁠 때나 슬플 때나 같이 웃고 위로해라."(에리히 키츨러 빈대학 심리학 교수) "내가 웃으면 세상이 나를 향해 웃어준다."(데이비드 G 마이어스 사회심리학자) "행복이란 체온과 같다. 가끔 올라가기도 하고, 내려갈 때도 있다."(로버트 A 커민스 호주 디킨대학 경제학 교수) "행복이란 사람이 더 관대한 것은 아니다. 관대한 사람이 더 행복하다."(레오나르도 베체티 이탈리아 로마토르베르가타대학 경제학 교수) "Meaning(의미)에서 Me(나)를 뽑아낼 수 있지..

두 이웃/다이안 레이너,캐롤 브로드벤트 제공

두 이웃/다이안 레이너,캐롤 브로드벤트 제공 금세기 초에 일본에서 이민 온 한 가족이 샌프란시스코 근처에 자리 잡았다. 그들은 장미 농장을 일구어 일주일에 세번씩 이른 아침마다 장미꽃을 트럭에 싣고 샌프란시스코로 배달하는 사업을 정착시켰다. 또 다른 가족은 스위스에서 이민 온 사람들이었다. 그들 역시 장미 재배 사업을 했다. 이들의 장미꽃을 샌프란시스코 꽃 시장에서 널리 알려져 두 가족은 웬만큼 성공을 거두었다.   거의 40년이 넘도록 두 가족은 이웃으로 살았다. 그리고 그 아들들이 농장을 물려 받았다. 그러다가 1941년 12월 7일에 일본이 미국 진주만을 공격했다. 다른 식구들은 이미 미국인으로 귀화했지만 그 일본인 가정의 아버지만은 그때까지도 고집스럽게 일본 국적을 간직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 일..

금강석보다 귀한 선물/엔소니 드 멜로의 종교 박람회 중

산냐시가 마을 어귀에 이르러 정자나무 아래 하룻밤을 새우려하는데,마을사람이 헐레벌떡 달려왔다. "보석! 보석! 그 보석을 제게 주십시오!" "그 보석이라니요?" "간밤에 시바님이 꿈에 나타나,해거름이 되면 동구 밖엘 가 보라시더군요. 산냐시가 한 분 보일 것이고,그분이 값진 보석을 하나 줄 터인데,그 보석으로 영원히 부자가 되리라고요." 산냐시는 보따리를 뒤지더니 보석을 하나 꺼냈다. "아마 이것 말씀이셨겠지요. 며칠 전에 숲속 오솔길에서 주었는데, 원한다면 물론 가져도 좋소."선뜻 건네주는 것이었다. 마을사람은 보석을 보고 눈이 휘둥거레졌다. 사람 머리만큼이나 큰 금강석이 아닌가! 금강석 가운데서도 아마 세상에서 제일 큰 것일 성싶었다. 금강석을 가지고 집으로 돌아온 그는 그날 밤 내내 이불 속에서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