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글 그리고 시 160

특별한 삶/에픽테투스"삶의 기술'중

특별한 삶 /에픽테투스 '삶의 기술"중 이제 진정한 삶을 살아가야 할 시간이다. 그대가 갖고 있는 목표에 따라 삶의 길을 걸어가야 할 시간이다. 정신적인 원리들에 따라 삶을 살기로 결심했다면 법을 지키듯이 충실히 그 원리들을 지켜야 한다. 그것을 어기는 법을 어기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야 한다. 다른 사람들이 그대의 확신을 이해하지 못한다 해도 신경 쓰지 말라. 그대는 자신의 진정으로 원하는 존재가 되어야 한다. 언제까지 그 일을 미룰 것인가?그대의 고귀한 자아는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 지금 곧바로 그대가 알고 있는 원리들을 실천에 옮기라. 더 이상 미루지 말고 더 이상 핑계 대지 말라. 이것은 그대의 삶이다. 그대는 더 이상 어린애가 아니다. 정신적인 추구의 길에 더 빨리 들어설수록 더 많은 행..

보이지 않는 마약/정채봉

보이지 않는 마약/정채봉 떠돌이 약장수 악마가 한밤중에 이 동네에 나타났다.그는 음산한 고목 밑에서 약 선전을 했다."좋은 약 가지고 왔습니다. 제 아무리 넘어가지 않는 인간이라도 이 약이면 끝납니다.자 필요하신 손님께는 인상만 잘 써도 거저 드립니다. 어서들 오세요." 이 동네의 집집에 박혀서 살고 있는 악마들이 하나둘 나타났다.그들은 금고 속에도,책상 밑에도,심지어는 거울 뒤에도 숨어 사는 지라 눈만 파랗게 빛났다. 떠돌이 약장수 악마는 연신 떠들어댔다."이것은 무엇이냐,'혀자동화약'입니다. 인간들에게 이것을 먹이면 앞뒤 생각없이 혀가 자동으로 막 구릅니다.못 할 말이 없지요. 팍 망하게 해줍니다." "이것은 무엇이냐,'미룸정'입니다. 이것을 인간들이 삼키면 무슨 일이건 끝없이 미루는 버릇이 생기지요..

사랑의 빗물 환하여 나 괜찮습니다 - 김선우​

사랑의 빗물 환하여 나 괜찮습니다/김선우 그대 만나러 가는 길에 어여쁜 풀여치 있어 풀여치와 놀았습니다 분홍빛 몽돌 어여뻐 몽돌과 놀았습니다 잘디잔 보랏빛 총총한 꽃마리 어여뻐 사랑한다 말했습니다 그대 만나러 가는 길에 흰사슴이 마시고 숨결 흘려놓은 샘물 마셨습니다 샘물 달고 달아 낮별 뜨며 놀았습니다 새 뿔 곱게 올린 사향노루 너무 예뻐서 슬퍼진 내가 비파를 탔습니다 그대 만나러 가는 길에 잡아주고 싶은 새들의 가녀린 발목 종종거리며 뛰고 하늬바람을 채집하며 날갯짓하는 나비떼 외로워서 멍석을 펴고 함께 놀았습니다 껍질을 벗는 자작나무 진물 환한 상처가 뜨거워서 함께 가락을 놀았습니다 회화나무 명자나무와 놀고 해당화 패랭이꽃 도라지 작약과 놀고 꽃아그배나무 아래 낮달과 놀았습니다 달과 꽃을 숨구멍에서 흘..

숲으로 가라/이미정

숲으로 가라/이미정눈물로도 삭힐 수 없는 이야기가 있을 때는 숲으로 가라숲은 제 사연이 부풀 때마다묵묵히 나무 한 그루 씩 심었을 거다햇살이 콕콕 옆구리 살을 찌를 때에는연초록 푸른 잎을 피워냈을 테고늑골이 시린 날에는넝쿨나무를 땅 속 깊이 박았을 거다소리도 없이 안개비가 오는 날에는 한참을 외로움에 울었을 테고저무는 밤에 오지 않는 누군가를 하염없이 기다렸을 거다너의 눈물로도 도저히 말할 수 없는이야기가 있거든저숲으로 가라

고요를 시청하다/고재종

고요를 시청하다/고재종 초록으로 쓸어놓은 마당을 낳은 고요는 새암가에 뭉실뭉실 수국 송이로 부푼다 날아갈 것 같은 감나무를 누르고 앉은 동박새가 딱 한 번 울어서 넓히는 고요의 면적, 감잎들은 유정무정을 죄다 토설하고 있다 작년에 담가둔 송순주 한 잔에 생각나는 건 이런 정오, 멸치국수를 말아 소반에 내놓던 어머니의 소박한 고요를 윤기 나게 닦은 마루에 꼿꼿이 앉아 들던 아버지의 묵묵한 고요, 초록의 군림이 점점 더해지는 마당, 담장의 덩굴장미가 내쏘는 향기는 고요의 심장을 붉은 진동으로 물들인다 사랑은 갔어도 가락은 남아, 그 몇 절을 안주 삼고 삼베올만치나 무수한 고요를 둘러치고 앉은 *고금(孤衾)의 시골집 마루, 아무것도 새어나게 하지 않을 것 같은 고요가 초록 바람에 반짝반짝 누설해놓은 오월의 날..

괜찮아/한강

괜찮아/한강(1970~)  태어나 두 달이 되었을 때아이는 저녁마다 울었다배고파서도 아니고 어디가아파서도 아니고아무 이유도 없이해질녘부터 밤까지 꼬박 세 시간 거품 같은 아이가 꺼져버릴까 봐나는 두 팔로 껴안고집 안을 수없이 돌며 물었다왜 그래,...(중략).. 서른 넘어야 그렇게 알았다내 안의 당신이 흐느낄 때어떻게 해야 하는지 울보짖는 아이의 얼굴을 들여다보듯짜디짠 거품 같은 눈물을 향해괜찮아왜 그래,가 아니라괜찮아,이제 괜찮아.

사색으로부터의 자유 / 법정 스님

사색으로부터의 자유 / 법정 스님 내 생각의 실마리는 흔히 버스 안에서 이루어진다 출퇴근 시간의 붐비는 시내버스 안에서 나는 삶의 밀도 같은 것을 실감한다 선실이나 나무그늘에서 하는 사색은 한적하긴 하지만 어떤 고정관념에 갇혀 공허하거나 무기력해지기 쉬운데 달리는 버스 안에서는 살아 움직이고 있다는 생동감을 느낄 수 있다 종점을 향해 계속해서 달리고 있는 버스는 그 안에 실려가는 우리들에게 인생의 의미를 적잖게 부여하고 있는 것이다 산다는 일이 일종의 연소요, 자기 소모라는 표현에 공감이 간다 그리고 함께 타고 가는 사람들의 그 선량한 눈매들이 저마다 무슨 생각에 잠겨 무심히 창 밖을 내다보는, 그래서 조금은 외롭게 보이는 그 눈매들이 나 자신을 맑게 비추고 있는 것이다 그 눈매들은 연대감을 갖게 한다 ..

사랑의 가장 좋은 순간/쉴리 프리돔(Suly Prudhomme)

사랑의 가장 좋은 순간/쉴리 프리돔(Suly Prudhomme) 사랑의 가장 좋은 순간은너를 사랑한다고 말할 때가 아닙니다 그것은 어느 침묵바로 그 속에 있는 것 그것은 남 모르는 마음의은근한 침묵 속에 있는 것은밀한 너그러움 속에 있는 것 그것은 파르르 떠는 손이 놓여진팔의 설레임 속에 있는 것둘이서 넘기는 그러나 아직 읽지 않은책 페이지의 갈피 속에 있는 것 그것은 다문 입이 수줍음 만으로그렇듯 말을 하는 유일한 시간마음이 터지면서 장미눈모양살며시 소리 낮게 열리는 시간 머리카락의 향긋한  향내만이얻어진 사랑으로 보이는 시간공경이 바로 고백이 되는그지없이 부드럽고 다정한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