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글 그리고 시 160

"배역(삶의 기술)" -에픽테토스( Epictetus)

배역/에픽테토스( Epictetus) 우리 모두는 연극 무대에 선 배우들과 같다.신의 의지는 우려의 의견을 묻지도 않고우리들 각자에게 인생 속의 배역을 맏겼다.우리들 중 누구든 단역에 출연 할 것이고,또 누구는 장막극에 출연 할 것이다. 가난한 자,불구자,또는유명인사나 정치 지도자의 배역을 맡을 수도 있고,아주 평범한 시민의 배역을 맡을 수도 있다.어떤 배역이 우리에게 정해질 것인가는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우리는 그 배역을 그대로 받아 들일 수 밖에 없다.그러나 자신의 배역에 불평해선 안된다어떤 배역이 맡겨지든,어떤 상황속에서 그 배역을 해내야만 하든나무랄때 없는 최상의 연기를 펼쳐라,그대에게 작가의 배역이 맡겨 졌는가?그렇다면 최선을 다해 쓰라.그대에게 독자의 배역이 맡겨졌는가?그렇다면 ..

힘자라는 데까지 -성 아우구스티노 성인의 기도-

힘자라는 데까지 -성 아우구스티노 성인의 기도- 힘자라는 데까지임께서 허락하신 힘 자라는 데까지임을 두고 나는 물었습니다.믿는 바를 이치로 알고 싶어서 따지고 따지느라 애썼습니다임이시여 나의 하느님이시여내게는 둘도 없는 희망이시여나의 간청을 들어 주소서, 임을 알아뵙게 하신 임이옵기에갈수록  더욱 알아 뵙게 되리라는 희망을 주신 임이옵기에임앞에 나의 강함이 있사오니임앞에 나의 약함이 있사오니강함을 지켜 주소서약함을 거들어 주소서 임께서 열어주신 곳에 내가 들어가거든 맞아 주소서임께서 닫아주신 곳에내가 두드리거든 열어 주소서 임을 생각하고 싶습니다임을 이해하고 싶습니다임을 사랑하고 싶습니다 이 모든 염원을 내 안에 키워 주소서임께서 나를 고쳐 놓으실 때까지고쳐서 완성하실 때까지

삶의 기술 중에서(에픽테투스 강의)

상처 그대는 사람들로부터 상처를 입는다. 그리고 그것 때문에 괴로워 한다. 그러나 사람들이 과연 그대에게 상처를 입힐 수 있는가? 그들에게 그런 힘이 있는가?   그렇지 않다. 누군가 그대를 나쁘게 말하거나 큰소리로 욕을 했다고 해서,또는 그대를 한 대 쳤다고 해서,만일 그대가 그것 때문에 마음의 상처를 받고 모욕을 당했다고 한다면 그것은 어디까지나 그대 자신이 그것을 모욕적인 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누군가가 그대를 화나게 했는가? 그것은 그대가 그것을 화나는 일로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누군가 그대의 감정을 자극했는가? 그것은 그대가 그 일을 기분 상하는 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누군가 그대를 자극 할 때 이것을 기억하라. 모든 것은 그대를 자극하는 그 일에 대해 그대가 어떤 판단을 내리는가..

다래술을 담그며/이원규

다래술을 담그며/이원규 매실주에 취했다가깨어보니미점마을의 봄이었다 앵두술을 담그며그리운 친구의 이름을또박또박 써넣고매암차박물관의 비파를 따다가비파술을 담글 때도 그러하였다 친구들 까맣게 잊은 날도선반 위의 술들은 묵묵히 익어가고 앵두와 친구의 이름매실과 또 다른 친구의 이름비파와 또 다른 친구의 친구의 이름저희들끼리 어깨동무하고에헤라, 소주와 몸을 섞는 동안 늦가을빗점골의 다래를 따다가술을 담는다 아무도 오지 않더라도다래술은 익어 가리니먼 곳의 친구를 생각하며그 이름을 쓰고 또 지우며

첫마음/정채봉

첫마음/정채봉 1월1일 아침에 찬물로 세수하면서먹은 첫 마음으로 1년을 산다면 학교에 입학하여 새 책을 앞에 놓고하루 일과표를 짜던영롱한 첫 마음으로 공부를 한다면 사랑하는 사이가처음 눈을 맞던 날의 떨림으로내내 계속된다면 첫 출근하는 날신발끈을 매면서 먹은 마음으로직장일을 한다면 아팠다가 병이 나은 날의상쾌한 공기 속의 감사한 마음으로몸을 돌본다면 개업 날의 첫 마음으로 손님을 언제고돈이 적으나, 밤이 늦으나기쁨으로 맞는다면 세례 성사를 받던 날의 빈 마음으로눈물을 글썽이며 교회에 다닌다면 나는 너, 너는 나라며 화해하던그날의 일치가 가시지 않는다면 여행을 떠나던 날차표를 끊던 가슴 뜀이 식지 않는다면 이 사람은 그때가 언제이든지늘 새 마음이기 때문에 바다로 향하는 냇물처럼날마다 새로우며, 깊어지며 넓..

그리움은 그런 것이다/김학철

그리움은 그런 것이다 / 김학철 돌아간다고 해서그리움이 소멸되는 것은 아니다​마주 손 잡는다고 해서그리움이 채워지는 것은 아니다 잎 지는 나무 아래우두커니 서서 먼 산을 보라​눈이 시리도록 푸른 하늘이거기 있어 그리움은 커지는 법이다 차마 버릴 수 없는 그림자 하나안타까워 안타까워 가슴에 담아두고홀로 떠나는 밤 길그리움은 그런 것이다

이 가을에 나는/창살에 아침이/김남주

이 가을에 나는 / 김남주이 가을에 나는 푸른 옷의 수인이다오라에 묶여 손목이 사슬에 묶여또다른 감옥으로 압송되어 가는어디로 가는 것일까 이번에는전주옥일까 대구옥일까 아니면 대전옥일까나를 태운 압송차가낯익은 거리 산과 강을 끼고들판 가운데를 달린다아 내리고 싶다 여기서 차에서 내려따가운 햇살 등에 받으며 저 만큼에서고추를 따고 있는 어머니의 밭으로 가고 싶다아 내리고 싶다 여기서 차에서 내려숫돌에 낫을 갈아 벼를 베는 아버지의 논으로 가고 싶다아 내리고 싶다 여기서 차에서 내려아이들이 염소에게 뿔싸움을 시키고 있는저 방죽가로 가고 싶다가서 나도 그들과 함께 일하고 놀고 싶다이 허리 이 손목에서 사슬 풀고 오라 풀고발목이 시도록 들길을 걷고 싶다가다가 숨이 차면 아픈 다리 쉬었다 가고가다가 목이 마르면 샘..

사랑은/버버리 곡꾼/김해자

사랑은/김해자 잉태다온몸이 자궁인 흙이어둠속에서 싹을 키우듯딸아, 모든 사랑은 잉태다 부디 순산하여라밖에서 끄집어내는 제왕절개 말고꽃도 못 피고 사그라질까 미리 얼굴 내미는여름 코스모스같이 조산하지 말고어찌할 수 없이 밀려나오는 불가항력으로깊은 우물에서 솟아오른다 사랑은수천의 어머니가 그 어머니의 어머니가 숨쉬는우물 밑에 강물이 흐르고 그 아래천 년 기다려 비상을 꿈꾸는 이무기가 숨쉰단다사랑은 네 속의 이무기를 날게 하는 것정녕 솟구치려무나 이무기와 함께   버버리 곡꾼/김해자 봄여름가을 집도 없이 짚으로이엉 엮은 초분 옆에 살던 버버리,말이라곤 어버버버버밖에 모르던 그 여자는동네 초상이 나면 귀신같이 알고 와서 곡을 했네옷 한 벌 얻어 입고 때 되면 밥 얻어먹고 내내 울었네덕지덕지 껴입은 품에서 서리서..

거룩한 갈망/괴테

거룩한 갈망/괴테 그대가 태어났고, 지금도 태어나도록 해 주는 사랑의 밤 그 심연 속에서, 침묵의 촛불이 타오르는 것을 볼 때에 기묘한 느낌이 그대를 엄습한다. 이제 그대는 더 이상 암흑의 그늘에 사로잡히지 않는다, 더 고귀한 사랑에 대한 갈망이 그대를 높이 치닫게 하리니. 어떤 먼 거리도 그대를 주춤거리게 하지 못하니, 이제 마술에 걸린 것처럼 날아가 이른다. 그리하여 마침내 빛에 사로잡힌 그대는 나비가 되어 영원히 사랑으로 가버릴 것이니.죽어서 충만함을 스스로 겪어보지 않는다면, 그대는 암흑의 지상에 머무는 근심스러운 객에 불과할 뿐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