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글 그리고 시 159

녹비/정일근

녹비/정일근 자운영은 꽃이 만발했을 때 갈아엎는다 붉은꽃이며 푸른잎 싹쓸이하여 땅에 묻는다 저걸어쩌나 저걸어쩌나 당신이탄식할지라도 그건 농부의 야만이 아니라 꽃의 자비다 꽃피워서 꿀벌에게 모두 공양하고 가장 아름다운시간에 자운영은 땅에 묻혀 땅의 향기롭고 부드러운 인연이된다 그래서 자운영을 녹비라고 부른다는 것 나는 은현리 농부에게서 배웠다,녹비 나는 아름다운 말 하나를 꽃에게서 배웠다 그 땅위에 지금 푸른벼가 자라고 있다

마더 데레사 『작은 몸짓으로 이 사랑을』중에서

사람이 기아로 죽어가는 것은/마더 데레사 사람들이 기아로 죽어가는 것은 하느님이 그들을 돌보시지 않아서가 아니라 바로 당신과 내가 너그럽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하느님의 손안에 있는 그 사랑을 나누어 주는 도구가 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가난한 이의 모습으로, 외로운 여인의 모습으로, 따뜻한 곳을 찾는 아이의 모습으로 우리 앞에 오시는 예수님을 또 한번 알아보지 못한 것입니다. 때때로 부자들도 기꺼이 가진 것을 자기 식대로 나누고자 합니다만, 그것은 그들의 단순한 동정심일 뿐 진정으로 가난한 이들이 필요로 하는 마음까지는 움직이지 못합니다. 아이들이 훨씬 더 잘 이해하고 있습니다. 영국의 아이들은 인도에서 굶어 죽어가는 아이들에게 빵을 나누기 위해 작은 희생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하루 한..

능소화/이원규

능소화/이원규 꽃이라면 이쯤은 돼야지 화무십일홍 비웃으며 두루 안녕하신 세상이여 내내 핏발이 선 나의 눈총을 받으시라 오래 바라보다 손으로 만지다가 꽃가루를 묻히는 순간 두 눈이 멀어버리는 사랑이라면 이쯤은 돼야지 기다리지 않아도 기어코 올 것은 오는구나 주황색 비상등을 켜고 송이송이 사이렌을 울리며 하늘마저 능멸하는 슬픔이라면 저 능소화만큼은 돼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