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글 그리고 시 159

오월/피천득

5월/피천득 오월은 금방 찬물로 세수를 한 스물 한 살 청신한 얼굴이다. 하얀 손가락에 끼어 있는 비취가락지다 오월은 앵두와 어린 딸기의 달이요. 오월은 모란의 달이다. 그러나 오월은 무엇보다도 신록의 달이다. 전나무의 비늘잎도 연한 살결같이 보드랍다' 신록을 바라다보면 내가 살아있다는 사실이 참으로 즐겁다 내 나이를 세어 무엇하리 나는 오월속에 있다 연한 녹색은 나날이 번져가고 있다. 어느덧 짙어지고 말것이다 머문 듯 가는 것이 세월인것을..... 유월이 되면 원숙한 여인같이 녹음이 우거지리라 그리고 태양은 정열을 퍼붓기 시작할 것이다. 밝고 맑고 순결한 오월은 지금 가고 있다. 태그 태그저장 취소

몸을 낮추면 마음이 열리고 사랑이 생깁니다

몸을 낮추면 마음이 열리고 사랑이 생깁니다 이른 새벽 몸을 낮추어 렌즈를 통해 몸을 낮추어 보니 세상이 아름답지 않은 것이 없습니다. 카메라의 앵글뿐 아니라 세부적인 내용까지 달라집니다. 세상의 아름다움을 찾는 일이 삶의 몫이라면 자신에게 무릎을 꿇어야 됩니다. 몸을 낮추는 일은 새로운 세상으로 들어가는 낮은 문입니다 몸을 낮추니 작고 하찮아 눈에 띄지 않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하고, 섬세한 색과 그 빛에 마음이 열리고 사랑이 생깁니다. 헨리 밀러는 가녀린 풀잎같이 미약한 것이라도 주목을 받는 순간 그것은 신비롭고 경이로운 말로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운 하나의 우주가 된다고 합니다. 이슬을 필름에 담으며 풀잎같이 미약한 우리를 위하여 한없이 낮아지신 당신의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습니다. 새벽마다 맺히..

광화문 글판

봄의 말/헤르만 헤세 어느 소년 소녀들이나 알고 있다. 봄이 말하는 것들, 살아라,자라나라 피어나라,희망하라,사랑하라. 기뻐하라,새싹을 움트게 하라. 몸을 던져 삶을 두려워 말아라! 늙은이들은 모두 봄이 소곤거리는 것을 늙은이여,땅 속에 묻혀라 씩씩한 아이들에게 자리를 내어 주라. 몸을 내던지고,죽음을 겁내지 마라! 볓/이시영 내 마음의 초록 숲이 굽이치며 달려가는 곳 거기에 아슬히 바다는 있어라 뜀뛰는 가슴의 너는 있어라 단풍드는 날/도종환 버려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아는 순간부터 나무는 가장 아름답게 불탄다 제 삶의 이유였던 것 제 몸의 전부였던 것 아낌없이 버리기로 결심하면서 나무는 생의 절정에 선다 방하착 放下着 제가 키워온, 그러나 이제는 무거워진 제 몸 하나씩 내려놓으면서 가장 황홀한 빛깔로 ..

법정 잠언집 '살아 있는 것은 다 행복하라'

먹의 세계 단순함이란 그림으로 치면 수묵화의 경지이다 먹으로 그린 수묵화. 이 빛깔 저 빛깔 다 써보다가 마지막에 가서는 먹으로 하지 않는가. 그 먹은 한 가지 빛이 아니다. 그 속에는 모든 빛이 다 갖춰져 있다. 또 다른 명상적인 표현으로 말하면 그것은 침묵의 세계이다. 텅 빈 공의 세계이다. -법정 잠언집 '살아 있는 것은 다 행복하라'중에서- 인간의 배경 인간은 누구나 숲이나 나무 그늘에 들면 착해지려고 한다. 콘크리트 벽 속이나 아스팔트 위에서는 곧잘 하던 거짓말도 선하디 선하게 서 있는 나무 아래서는 차마 할 수가 없다. 차분해진 목소리로 영원한 기쁨을 이야기하고 무엇이 선이고 진리인가를 헤아리게 된다. 소음의 틈바구니에서 분주히 뛰어다니고 있는 일상의 자신이 훤히 드러나 보인다. 인간의 배경은..

날랜 사랑/고재종

날랜 사랑/고재종 장마 걷힌 냇가 세찬 여울물 차고 오르는 은피라미떼 보아라 산란기 맞아 얼마나 좋으면 혼인색으로 몸단장까지 하고서 좀더 맑고 푸른 상류로 발딱발딱 배 뒤집어 차고 오르는 저 날씬한 은백의 유탄에 푸른 햇발 튀는구나 오호, 흐린 세월의 늪 헤쳐 깨끗한 사랑 하나 닦아 세울 날랜 연인아 연인들아 ▲ 일러스트=클로이 욕망의 늪 거스를 줄 알아야 진짜 사랑이다 거스를 줄 알아야 살아 있는 것이다. 살아 있는 물고기는 강을 거슬러 오르고, 살아 있는 나무는 바람 속에서 꿋꿋하다. 하물며 생각할 줄 아는 사람이라면 휩쓸리지 않아야 한다. 모든 휩쓸리는 것은 죽은 것이다. 하류에 죽은 것들이 모여 썩는다. 냇물이든 강이든 여울처럼 아름다운 데는 없다. 그곳은 일종의 '흐름'의 고비, 서양 말로는 '..

삶의 봄/법정

삶의 봄 / 법정 자연의 봄은 어김없이 오지만 삶의 봄은 만들어야 오는 것입니다. 행복의 비결은 필요한 것을 얼마나 갖고 있는가가 아니라 불필요한 것에서 얼마나 자유로워져 있는가 하는 것입니다. 옛말에 '위에 견주면 모자라고 아래에 견주면 남는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 말은 행복을 찾는 오묘한 방법이 어디에 있는 지를 깨워쳐 주고 있습니다. - 법정스님 『산에는 꽃이 피네』- 중

이제 더 이상 방황하지 않으리/바이런

이제는 더 이상 방황하지 않으리 -조지 고든 바이런- 이처럼 밤이 깊도록 이제 더는 방황하지 않으리 마음은 아직 사랑에 불타고 지금도 여전히 달은 밝지만. 칼날은 칼집을 깎아먹고 영혼은 마음을 지치게 하나니 심장도 박동하려면 휴식이 있어야 하고 사랑에도 때로는 쉼이 필요하다. 밤은 사랑을 위해 존재하는것 그 밤이 너무 빨리 샌다 해도 이제는 더이상 방황하지 말자 아스라히 흐르는 달빛 사이를. 사랑 받지 못하는 것은 슬프다 그러나 사랑할 수 없는 것은 더 슬프다. -M.D 라이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