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글 그리고 시 159

사랑이 깊어진다는 것은/유인숙

사랑이 깊어진다는 것은/유인숙 사랑이 깊어진다는 것은 저마다 허물이 있을지라도 변함없는 눈빛으로 묵묵히 바라볼 수 있다는 것이다 사랑이 깊어진다는 것은 애써 말하지 않아도 그 뒷모습 속에서 느껴오는 쓸쓸함조차 단박에 알아볼 수 있다는 것이다 사랑이 깊어진다는 것은 서로에게 싹트는 찰라의 열정보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가슴 밑바닥에 흐르는 정을 쌓아간다는 것이다 사랑이 깊어진다는 것은 누군가에게 그저 원하기 보다 먼저 주고 싶다는 배려가 마음속에서 퐁,퐁,퐁 샘솟는 것이다 사랑이 깊어진다는 것은 향긋한 커피 한잔에 감미로운 음악으로도 세상을 몽땅 소유한 것 마냥 행복해하며 사소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것이다 사랑이 깊어진다는 것은 서로에게 항상 좋은 벗이되어 세상을 아름다운 눈으로 바라볼 수 있다는 것,..

참된 침묵 /마더 데레사

참된 침묵 / 마더 데레사 눈의 침묵을 지키십시오. 영혼에 방해가 되고 죄가 될 뿐인 타인의 결점 찾기를 그만두고 하느님의 선하심과 아름다우심만을 찾으십시오 귀의 침묵을 지키십시오 타인의 험담,소문을 실어나를 무자비한 말들처럼 인간 본성을 타락시키는 일체의 모든 소리에는 귀를 막으십시오 혀의 침묵을 지키십시오 칙칙한 어둠과 괴로움의 원인이 되는 모든 말과 얄팍한 자기변호를 삼가고 우리에게 평화,희망,기쁨을 가져오고 마음을 밝혀주는 생명의 말을 함으로써 하느님을 찬미하십시오 지성의 침묵을 지키십시오 거짓됨,산만한 정신,파괴적인 생각, 타인에 대한 의심과 속단 복수심과 욕망에 매이지 말고 하느님의 경의에 대해 깊이 관조했던 성모마리아처럼 묵상과 기도 안에서 주님의 지혜와 진리에 마음을 활짝 여십시오. 마음의..

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이원규

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 이원규 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천왕봉 일출을 보러 오시라 삼대째 내리 적선한 사람만 볼 수 있으니 아무나 오시지 마시고 노고단 구름바다에 빠지려면 원추리 꽃 무리에 흑심을 품지 않는 이슬의 눈으로 오시라 행여 반야봉 저녁노을을 품으려면 여인의 둔부를 스치는 유장한 바람으로 오고 피아골의 단풍을 만나려면 먼저 온 몸이 달아오른 절정으로 오시라 굳이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불일폭포의 물 방망이를 맞으러 벌 받는 아이처럼 등짝 시퍼렇게 오고 벽소령의 눈 시린 달빛을 받으려면 뼈마져 부수러지는 회한으로 오시라 그래도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세석평전의 철쭉꽃 길을 따라 온몸 불사르는 혁명의 이름으로 오고 최후의 처녀림 칠선계곡에는 아무죄도 없는 나무꾼으로만 오시라 진실로 진실로 지리산에 오..

차지 않는 그릇 /정채봉

차지 않는 그릇 한 사람이 신께 빌었다 쌀 항아리를 채워 주시고 과일 광주리를 채워 주시고 고기 상자를 채워 주시라고 하도 졸라대는 통에 신은 허락해 주고 말았다 그런데 쌀 항아리와 과일 광주리와 고기 상자를 줏어 담으면 담는 대로 커지게끔 만들었다 그 사람이 쌀 항아리 앞으로 가면 쌀이 저절로 생겼다 쌀 항아리에 쌀을 퍼담는 그는 신이 났다 한참 쌀을 담다보면 쌀 항아리는 커지는데 고기 상자가 그대로인 게 그는 불만이었다 이번에는 고기 상자 앞에 섰다 이내 고기가 저절로 생겼다 고기를 집어넣는 대로 고기 상자 또한 커졌다 하나 과일 광주리가 그대로인 게 는 또 불만이었다 그는 과일 광주리 앞으로 갔다 한참 과일을 광주리 속에 담다보니 쌀 항아리가 작아 보였다 그는 다시 쌀 항아리한테로 갔다 그런데 이번..

아내의 이름은 천리향/손택수

아내의 이름은 천리향/손택수 세상에 천리향이 있다는 것은 세상 모든 곳에 천리나 먼 거리가 있다는 거지 한 지붕 한 이불을 덮고 사는 아내와 나 사이에도 천리는 있어, 등을 돌리고 잠든 아내의 고단한 숨소리를 듣는 밤 방구석에 처박혀 핀 천리향아 네가 서러운 것은 진하디진한 향기만큼 아득한 거리를 떠오르게 하기 때문이지 얼마나 아득했으면 이토록 진한 향기를 가졌겠는가 향기가 천리를 간다는 것은 살을 부비면서도 건너 갈 수 없는 거리가 어디나 있다는 거지 허나 네가 갸륵한 것은 연애 적부터 궁지에 몰리면 하던 버릇 내 숱한 거짓말에 짐짓 손가락을 걸며 겨울을 건너가는 아내 때문이지 등을 맞댄 천리 너머 꽃망울 터지는 소리를 엿듣는 밤 너 서럽고 갸륵한 천리향아

사람은 사랑한 만큼 산다/박용재

사람은 사랑한 만큼 산다/박용재 "사람은 사랑한 만큼 산다 저 향기로운 꽃들을 사랑한 만큼 산다 저 아름다운 목소리의 새들을 사랑한 만큼 산다 숲을 온통 싱그러움으로 만드는 나무들을 사랑한 만큼 산다 사람은 사랑한 만큼 산다 이글거리는 붉은 태양을 사랑한 만큼 산다 외로움에 젖은 낮달을 사랑한 만큼 산다 사람은 사람을 사랑한 만큼 산다 홀로 저문 길을 아스라이 걸어가는 봄,여름,가을,겨울의 인생나그네를 사랑한 만큼 산다 예기치 않은 운명에 몸부림치는 생애를 사랑한 만큼 산다 사람은 그 무언가를 사랑한 부피와 넓이와 깊이 만큼 산다 그만큼이 인생이다."

너무나 아름다운 우리 말 열두 달 이름

너무나 아름다운 우리 말 열두 달 이름 1월 해오르름달 - 새해 아침에 힘있게 오르는 달 2월은 시샘달 - 잎샘추위와 꽃샘추위가 있는 겨울의 끝 달 3월은 물오름달 - 뫼와 들에 물 오르는 달 4월은 잎새달 - 물오른 나무들이 저마다 잎 돋우는 달 5월은 푸른달 - 마음이 푸른 모든 이의 달 6월은 누리달 - 온 누리에 생명의 소리가 가득차 넘치는 달 7월은 견우직녀달 - 견우직녀가 만나는 아름다운 달 8월은 타오름달 - 하늘에서 해가 땅 위에서는 가슴이 타는 정열의 달 9월은 가지마다 열매 맺는 달 10월은 하늘 연달 - 밝달뫼에 아침의 나라가 열린 달 11월은 미틈달 - 가을에서 겨울로 치닫는 달 12월은 매듭달- 마음을 가다듬는 한 해의 끄트머리 달

상처는 둥글게 아문다/전남진

상처는 둥글게 아문다 /전남진 시월의 거리에 비가 내린다. 땅이 둥글게 파인다 연한 땅은 깊이 파이고 파인 홈에 빗물이 고인다. 고인 비 위로 또 비 떨어져 원을 그리며 퍼진다. 그럴지도 모르지 설령 내가 당신을 마지막으로 만나던 그곳에서 당신이 했던 결별의 말이 폭격처럼 떨어지는 소나기여서 당신의 말에 내가 쑥대밭이 되어버렸을지라도 원래 아픈 것들이란 스스로 치유하는 방법을 알고 있지 그래서 상처도 가장 연한 흔적을 위해 둥글게 아무는것이지 혹 남았을지 모를 미련도 미처 아물지 못한 상처도 끝내 둥글게 퍼지겠지 그 위로 또 다른 상처가 내려도 통증은 둥글게 둥글게 그 자리 안에서 아물 뿐이겠지.

나를 떠난 인연에게/원성스님

나를 떠난 인연에게 /원성스님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 멀어진다고 그말을 믿고 싶어도 자꾸 떠오르는 사람들 기억 저편 아물거리는 얼굴이 있어 마음 한 구석 앙금으로 남는 사람들 어디선가 모두들 잘 살고 있겠지 이따금 과거의 회상을 드리우는 사람들 얽히고 설킨 인연의 실타래 끊을래야 끊을 수 없는 이 질긴 인연들 아무리 그들이 나를 기억 속에서 지웠다하여도 그들은 내 삶을 엮어 왔던 소중한 인연이기에 나의 기억 속에 가장 아름다운 영혼으로 머물 수밖에 없는 존재인 것을... 누군가가 나를 이만큼이나 생각한다면 나는 분명 축복 받은 사람일 거야 함께 했던 시간보다 더 앞으로 나는 그들을 위해 기도할테니... 하늘 /원성스님 하늘이 마냥 좋아 투명한 마음은 하늘을 달고 오래 가슴 깊이 맺어진 내 안의 모든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