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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리

순리 /한승구 계절의 경계를 넘어 설 때 초록을 고집하지 않는 나뭇잎의 황혼이 아름다운 이유와 태양이 밝음을 고집하지 않고 서녘 지평의 경계를 넘어 서서 어둠에 빛을 양보하기에 아름다운 황혼이 존재하는 이유도 그러해야만 하는 절대 불변의 상황과 현상에 순종하는 순리 때문이다. 순리에 순응하는 그것만으로도 세상도 사람도 더 아름답게 실재할 수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인간의 황혼을 아름답게 보낼 줄 아는 사람이 되기 위해 우리는 어떤 경계를 거쳐야 할까 가장 먼저 순리를 배우고 익숙해져 가는 시간 속에서 무엇을 놓아야 하고 어떤 것을 고집하지 않아야 하는 지의 경계를 넘어서야 할 것이 아니겠는가 새해 화두는 순리에 방점을 찍어 봄은 어떠할까. 서당 한승구 동국대학교에서 불교미술을 전공하고 중요 ..

만추

만추 / 한승구 눈으로 보이는 것 보다 가슴으로 느끼는 것이 많아질 때 우리는 진실에 더 가까워지고 말 없는 말로 마주 앉을 사람을 그리워합니다. 깊고도 소중한 침묵의 가치에 감사하며 가슴의 울림을 들을 수 있는 감각의 존재를 확인하는 시간. 시간이란 물리적 개념에 머무르는 것이 아닌가 봅니다. 별이 내린 하늘 그 어둠도 잠시, 어느새 여명이 찾아들고 차가운 아침을 맞는 길목. 가슴이 느끼는 만추의 밤은 이토록 짧기만 합니다. 서당 한승구 동국대학교에서 불교미술을 전공하고 중요 무형문화재 제118호 이수자로서 단청, 개금,사찰벽화, 불화와 함께 통도사, 은혜사, 옥천사 등에 고승진영을 봉안하였고 국내외에서 18회의 개인전 및 초대전을 가졌다. 현재 경남 고성의 작업실에서 후학지도를 하며 작업 중이다.

탓 /한승구 분노에 찢기고 좌절에 부서지고 그것은 부드러움에 길들지 못한 내 탓 기댈 수 있는 자리조차 내어 주지 못하는 상처투성이의 영혼이어서 미안하다 제각기의 삶을 펼쳐 놓은 그곳 저리도 아름다운 세상을 함께 나눌 수 있다고 여기지 않은 내 탓이며 희망 보다 큰 좌절의 크기를 먼저 보았던 내 탓이다 하루의 안녕을 묻는 익숙하고도 진부하다고 여기는 물음이 누구에겐가는 슬픔이자 아픔이 될 수 있다는 것을 헤아리지 못했던 내 탓 내 탓 임을 알 수 없었던 모든 것도 내 탓 서당 한승구 동국대학교에서 불교미술을 전공하고 중요 무형문화재 제118호 이수자로서 단청, 개금,사찰벽화, 불화와 함께 통도사, 은혜사, 옥천사 등에 고승진영을 봉안하였고 국내외에서 18회의 개인전 및 초대전을 가졌다. 현재 경남 고성의..

상식과 진실

상식과 진실 /한승구 상식과 진실의 벽이 무너지면 권력을 쥔 자들에 의한 힘의 논리가 작용한다. 인간을 널리 이롭게 한다는 홍익인간의 이념은 사라지고 개인숭배가 가져올 폐단이 생겨나 독단과 독재의 병폐를 낳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그러한 결과로 우리의 삶을 지탱하는 희망을 거두어 갈 것이며 세상은 혼돈에 빠져 피폐한 삶을 안겨 주고 미래의 꿈은 사라지고 암흑의 터널이거나 텅 빈 여백으로 남겨지게 될 것이다. 상식과 진실은 윤리와 도덕이라는 개념과 함께 공존하며 사람이 사람다운 삶을 살아가게 하는 기준이었다. 누가 감히 그 견고한 벽을 허물려고 하는가. 나는 상식적인가 진실을 얼마나 가까이 두고 살아가는지를 자문해 보기 바란다. 서당 한승구 동국대학교에서 불교미술을 전공하고 중요 무형문화재 제118호 이..

침묵의 얼굴

침묵의 얼굴 /한승구 침묵은 선하며 고요하나 때로는 바위와 같이 무거우며 백 마디 천 마디 말 보다 의미로울 수 있는 고귀한 가치를 지닌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대체적으로 침묵에 대한 긍정적인 면을 먼저 떠올리게 되며 그것이 침묵의 밝은 선의적 얼굴이다. 그러나 불의에 침묵하는 자는 불의와 악행을 저지르는 자와 다르지 않으며 그것에 더하여 악행과 불의를 부추기고 동조하는 자와 다르지 않으니 그때의 침묵은 어떤 변명으로도 정당화 될 수 없으며 어떠한 가치조차 논할 바가 못 되는 게으름이자 비겁함이며 자존을 잃은 못난 겁쟁이의 몸 사리기에 지나지 않을 뿐이다. 침묵은 얼굴이 악해 보이고 슬픈 표정일 때는 침묵은 비겁함으로 이용할 때와 침묵을 합리화 하여 악행과 불의를 외면할 때다. 불의와 악행이 횡횡하는 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