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2226

순리와 역행

순리와 역행 /한승구 가을이 깊어가니 문 밖에 서성이는 겨울의 그림자. 허공을 날리는 갈잎. 갈 때를 알아 가고 올 때를 알아 온다. 순리를 거역하지 않는 자연의 조화로움. 인간세계의 부조화는 순리를 역행하는 것에서 비롯되고 그것은 인간만이 가진 오만 탓이며 인간이란 존재에 대한 우월을 드러내는 우매함 때문이다. 잠시 머물다 가는 찰나의 생을 영속이라도 누릴 수 있는 것인양 착각의 망상에 빠지는 것은 어리석은 일. 깊은 사색을 통해 겸손을 만날 수 있는 만추가 되기를 바란다. 서당 한승구 동국대학교에서 불교미술을 전공하고 중요 무형문화재 제118호 이수자로서 단청, 개금,사찰벽화, 불화와 함께 통도사, 은혜사, 옥천사 등에 고승진영을 봉안하였고 국내외에서 18회의 개인전 및 초대전을 가졌다. 현재 경남 ..

그립다는 것

그립다는 것 /한승구 그립다는 것은 건네고 싶은 마음이 있다는 것입니다. 그립다는 것은 다가설 수 없을 만큼의 마음의 거리가 있다는 것입니다. 그립다는 것은 못내 말 할 수 없는 아픔이기도 하고 진심과 순수함이 담긴 마음이기도 합니다. 그리움은 인간으로서 가질 수 있는 소중한 자산입니다. 비록 그리움으로 아파할지라도 그리워할 것이 없다는 것을 다행한 일로 여길 일은 아닌 듯합니다. 그만큼 메마른 삶을 살아가고 있다는 것일 수 있으니까요. 앙상한 가지 사이로 보이는 가을의 끝자락을 지켜보며 그리운 것들을 가슴에 담아 봅니다. 서당 한승구 동국대학교에서 불교미술을 전공하고 중요 무형문화재 제118호 이수자로서 단청, 개금,사찰벽화, 불화와 함께 통도사, 은혜사, 옥천사 등에 고승진영을 봉안하였고 국내외에서 ..

가을 소고

가을 소고 /한승구 언제나 가을이면 계절 앓이라도 처절했음 했다. 갈잎 보다 가벼운 삶일 수는 없었기에. 길지도 않은 생에 누구도 떠맡기지 않는 짐을 지고 가려하냐는 말에 얼마나 살 거라고 그토록 가볍게 살아가라 하느냐고 되묻고 싶었지만 그깟 날 숨 들 숨 어려워 허망하게 먼 길 떠나버린 누군가에 대한 기억이 문득 떠오르는 것도 가을 탓이련가. 경계 너머의 보이지 않았던 세상이 열리고 때로 두터운 갑질을 깨고 나와 열락을 알려주는 찰라까지도 삶을 가벼이 여기지 않음의 이유에 더해진 가을 탓이라 하고 싶다. 삶이란 이분법적 논리로 명료하게 가를 수 없는 일이며 인간 존재의 의미는 진중함 속에서 명료해지는 것. 사고의 언저리에 매달린 중량이 버거울지언정 저물어 가는 가을이 아쉽기만 한 날에 펼쳐 보이는 초라..

삶의 궤적

삶의 궤적 / 한승구 여승진이라는 인물은 어떤 삶을 살았기에 송계아는 그토록 그와 가까이하기를 원한 것이었을까. 또한 우리는 인간으로서의 삶에 대해 얼마나 진중하게 생각하며 살아가고 있는 것일까. 어떤 사람을 판단하려면 그 사람이 살아 온 궤적을 살펴보라는 말이 있다. 혹은 유유상종이라는 말이 있듯 그와 가까이하는 주변 지인들을 살펴보아도 개략적인 성품과 성향을 유추할 수도 있을 것이다. 지울 수도 바꿀 수도 없는 삶의 궤적. 인간성 상실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놓아 버린 가치가 아니기를 바랄 따름이다. 그리하여 그 궤적이 인간다움을 유지할 수 있는 기준이 되어 주고 마음을 내려놓고 깊은 인연을 맺을 수 있는 판단의 기준이 되어 줄 수 있기를 염원해 보며 백만매택 천만매린의 뜻을 되새겨 보는 날이다. ..

삶의 에너지

삶의 에너지/ 한승구 하루가 짧다고 여기는 날은 만족지수와 행복지수가 높은 날일 수 있을 테지만 하루가 길다고 느껴진다면 고통과 번민과 고뇌가 깊은 날일 수도 있을 것이다. 고통과 고뇌가 없는 생이 어찌 있으랴만 어쩌면 그런 연유로 누릴수 있는 행복의 소중함이 더 크게 느껴질 수도 있는 것이라 여겨진다. 만약 지금의 고통으로 삶을 예단한다면 어리석은 일이라 말해 주고 싶다. 존재하는 모든 것에 시작이 있고 끝이 있다면 그 끝에 도달하기 전까지는 희망이라는 힘으로 극복해 가야만 한다. 망상이라 할지라도 희망이라는 삶의 근원적 에너지를 품고 오늘을 살아 내는 것이야말로 지혜로운 것이 아닐까 한다. 길었던 나의 오늘 하루를 돌아보며 생의 에너지,희망을 키워 보는 지금이다. 서당 한승구 동국대학교에서 불교미술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