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소고 /한승구
언제나 가을이면
계절 앓이라도 처절했음 했다.
갈잎 보다 가벼운 삶일 수는 없었기에.
길지도 않은 생에
누구도 떠맡기지 않는 짐을 지고 가려하냐는 말에
얼마나 살 거라고 그토록
가볍게 살아가라 하느냐고 되묻고 싶었지만 그깟 날 숨 들 숨 어려워
허망하게 먼 길 떠나버린 누군가에 대한 기억이 문득 떠오르는 것도 가을 탓이련가.
경계 너머의
보이지 않았던 세상이 열리고
때로 두터운 갑질을
깨고 나와 열락을 알려주는 찰라까지도
삶을 가벼이 여기지 않음의 이유에 더해진 가을 탓이라 하고 싶다.
삶이란 이분법적 논리로 명료하게 가를 수 없는 일이며
인간 존재의 의미는 진중함 속에서 명료해지는 것.
사고의 언저리에 매달린 중량이 버거울지언정
저물어 가는 가을이 아쉽기만 한 날에 펼쳐 보이는 초라한 편란들.
서당 한승구
동국대학교에서 불교미술을 전공하고 중요 무형문화재 제118호 이수자로서 단청, 개금,사찰벽화, 불화와 함께 통도사, 은혜사, 옥천사 등에 고승진영을 봉안하였고 국내외에서 18회의 개인전 및 초대전을 가졌다. 현재 경남 고성의 작업실에서 후학지도를 하며 작업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