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리와 역행 /한승구
가을이 깊어가니
문 밖에 서성이는 겨울의 그림자.
허공을 날리는 갈잎.
갈 때를 알아 가고 올 때를 알아 온다.
순리를 거역하지 않는 자연의 조화로움.
인간세계의 부조화는
순리를 역행하는 것에서 비롯되고
그것은 인간만이 가진 오만 탓이며
인간이란 존재에 대한
우월을 드러내는 우매함 때문이다.
잠시 머물다 가는 찰나의 생을
영속이라도 누릴 수 있는 것인양
착각의 망상에 빠지는 것은 어리석은 일.
깊은 사색을 통해 겸손을 만날 수 있는
만추가 되기를 바란다.
서당 한승구
동국대학교에서 불교미술을 전공하고 중요 무형문화재 제118호 이수자로서 단청, 개금,사찰벽화, 불화와 함께 통도사, 은혜사, 옥천사 등에 고승진영을 봉안하였고 국내외에서 18회의 개인전 및 초대전을 가졌다. 현재 경남 고성의 작업실에서 후학지도를 하며 작업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