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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부의 삶

범부의 삶 /한승구 뒤돌아보는 시간들이 그토록 많았어도 기억의 한계를 넘어설 수 없어 돌아 본 것들을 잊어버린 채 살아 온 삶. 그래서 여전히 뒤돌아보기를 멈출 수 없는 나는 늘 부족한 사람일밖에. 부족함이 있어야 채울 곳이 있듯 나아가기 위해 뒤를 돌아보건만 일상을 초월할 수 없는 평범한 자신을 자각하면서도 때로는 초탈한 듯 나를 떠나 있는 몹쓸 배반의 의식 그래서 어쩔 수 없는 범부임을 고백해야 하는 어제 같은 오늘 새벽달도 어제와 다르다며 억지스런 자위로 부끄러움을 모면하는 용렬함이라니. 서당 한승구 동국대학교에서 불교미술을 전공하고 중요 무형문화재 제118호 이수자로서 단청, 개금,사찰벽화, 불화와 함께 통도사, 은혜사, 옥천사 등에 고승진영을 봉안하였고 국내외에서 18회의 개인전 및 초대전을 가..

회상

회상 /한승구 육십을 넘긴 나이. 아흔을 넘겨 맑은 정신도 갖지 못하신 어머니 앞에서 이제야 재롱을 부릴 수 있었다. 나의 유년기는 어른스러움을 채득한 채 보낸 탓일까 9세 이후로 어머니께 떼를 써본 기억도 말씀을 거역했던 기억도 분명하지 않다. 개성이 뚜렷하고 다소 이기적인 현대의 아이들과 별반 다르지 않은 두 아들을 지켜보며 세상이 바뀌듯 인성도 바뀌는 것이 당연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과거의 나를 떠올리며 가끔은 익숙하지 못한 상황을 맞기도 한다. 비교불가의 세대 차이를 극복해 가야 하는 부모들이 많을 테지만 그렇게 또 적응을 해 갈 밖에. 그러한 현상은 정치에까지 새바람을 불어 넣고 있으니 과거에 머무는 구세대적 기억은 나만의 추억으로 남겨 둘 일인 듯하다. 문득 어머니가 사무치게 그리운 밤이다. 서..

관조

관조 / 한승구 사회가 각박해졌다. 불신이 팽배하고 음모론은 보편적인 생각의 범주가 되었다. 발전된 문명사회에서 보이지 않는 지배와 피지배의 선이 그어지고 종적인 서열사회가 노골화 되고 있는 인류사회의 모순. 광속의 정보화 시대에 나날이 발전하는 과학문명 그 속에서 사람들은 여유로움을 잃어 가고 광속의 정보화 시대 속에서 사람들조차 광속의 삶을 닮아 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을 해볼 일이다. 여유를 잃은 채 윤기를 잃은 팍팍한 삶. 이념과 사상을 앞세워 반목과 대립 갈등을 권력자들이 부추기고 선동하고 그것에 부화뇌동하는 주관 없는 삶을 스스로 받아들여 자신의 존엄을 잃어 가는 삶. 세상에서 한 발 물러서서 관조하는 자의 시야에 비치는 사람들의 삶에 무심할 수 없으니 안타까움과 연민이 커가는 날들이다 부..

사유의 창

사유의 창 / 한승구 사람을 가벼이 만나지 말라 불편이 존경 의미일 수도 있듯 결코 편하지 않아도 좋을 평행의 유지가 좋지 아니한가 침묵으로 살피는 배려와 인내의 무게를 감당할 수 있을 만큼의 마음씀이 채워진다 해도 평행이 깨어지면 배려도 인내도 사라지고 가벼운 서로만 남게 된다. 벌써 비워낸 그 자리들이 아직도 치유되지 못한 채 채워지지 못한 채로 남겨진 것은 가벼움 때문임을 배워가는 때늦은 자각 철드는 것도 때가 있는 것인가 서당 한승구 동국대학교에서 불교미술을 전공하고 중요 무형문화재 제118호 이수자로서 단청, 개금,사찰벽화, 불화와 함께 통도사, 은혜사, 옥천사 등에 고승진영을 봉안하였고 국내외에서 18회의 개인전 및 초대전을 가졌다. 현재 경남 고성의 작업실에서 후학지도를 하며 작업 중이다.

빼앗긴 분노

빼앗긴 분노 /한승구 정의가 힘의 논리에 따라 달라지고 우리가 살아왔던 세상이 달라지고 소박한 꿈을 키우는 사람들이 사라져 가는 세상 사람 간에 자리하던 온정과 평화는 사라지고 대립과 불신으로 지난한 질곡의 역사를 쓰고 있는 세상 어쩌다가 작은 것에서 만족과 행복을 갖고자 하는 것이 가질 수 없는 욕심이 되어 버린 것일까. 분노가 깊어지면 슬픔이 되고 깊은 슬픔은 좌절을 안겨 주고 분노해야 할 이유에 분노할 수 없는 현실이 우리를 절망케 하지만 용기라는 긍정의 힘으로 무기력함을 극복하여 분노라는 에너지를 되찾아야 하고 정을 나누던 이웃을 다시 찾고 우리가 누리던 희망을 되찾아야 한다. 그 길만이 우리의 존재로 회귀할 수 있는 길임과 동시에 각자가 누릴 수 있는 행복을 영위할 수 있는 길임을 명확히 깨닫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