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부의 삶 /한승구
뒤돌아보는 시간들이
그토록 많았어도
기억의 한계를 넘어설 수 없어
돌아 본 것들을
잊어버린 채 살아 온 삶.
그래서 여전히 뒤돌아보기를
멈출 수 없는 나는
늘 부족한 사람일밖에.
부족함이 있어야
채울 곳이 있듯
나아가기 위해 뒤를 돌아보건만
일상을 초월할 수 없는
평범한 자신을
자각하면서도
때로는 초탈한 듯
나를 떠나 있는 몹쓸 배반의 의식
그래서 어쩔 수 없는 범부임을
고백해야 하는
어제 같은 오늘
새벽달도 어제와 다르다며 억지스런 자위로
부끄러움을 모면하는 용렬함이라니.
서당 한승구
동국대학교에서 불교미술을 전공하고 중요 무형문화재 제118호 이수자로서 단청, 개금,사찰벽화, 불화와 함께 통도사, 은혜사, 옥천사 등에 고승진영을 봉안하였고 국내외에서 18회의 개인전 및 초대전을 가졌다. 현재 경남 고성의 작업실에서 후학지도를 하며 작업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