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의 얼굴 /한승구
침묵은 선하며 고요하나
때로는 바위와 같이 무거우며
백 마디 천 마디 말 보다 의미로울 수 있는
고귀한 가치를 지닌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대체적으로
침묵에 대한 긍정적인 면을
먼저 떠올리게 되며
그것이 침묵의 밝은 선의적 얼굴이다.
그러나
불의에 침묵하는 자는
불의와 악행을 저지르는 자와
다르지 않으며
그것에 더하여 악행과 불의를
부추기고 동조하는 자와 다르지 않으니
그때의 침묵은
어떤 변명으로도 정당화 될 수 없으며
어떠한 가치조차 논할 바가 못 되는 게으름이자
비겁함이며 자존을 잃은 못난 겁쟁이의
몸 사리기에 지나지 않을 뿐이다.
침묵은 얼굴이 악해 보이고 슬픈 표정일 때는
침묵은 비겁함으로 이용할 때와
침묵을 합리화 하여 악행과 불의를 외면할 때다.
불의와 악행이 횡횡하는 현실에서
침묵의 양면을 되새기며
나는 어떤 침묵의 얼굴과 더 가까이 하고 있는지를
깊이 생각해 보아야할 때가 아닌가 싶다.
서당 한승구
동국대학교에서 불교미술을 전공하고 중요 무형문화재 제118호 이수자로서 단청, 개금,사찰벽화, 불화와 함께 통도사, 은혜사, 옥천사 등에 고승진영을 봉안하였고 국내외에서 18회의 개인전 및 초대전을 가졌다. 현재 경남 고성의 작업실에서 후학지도를 하며 작업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