탓 /한승구
분노에 찢기고
좌절에 부서지고
그것은 부드러움에 길들지 못한
내 탓
기댈 수 있는 자리조차
내어 주지 못하는 상처투성이의
영혼이어서 미안하다
제각기의 삶을 펼쳐 놓은 그곳
저리도 아름다운 세상을
함께 나눌 수 있다고 여기지 않은
내 탓이며
희망 보다 큰
좌절의 크기를 먼저 보았던 내 탓이다
하루의 안녕을 묻는 익숙하고도
진부하다고 여기는 물음이
누구에겐가는 슬픔이자 아픔이 될 수
있다는 것을 헤아리지 못했던 내 탓
내 탓 임을 알 수 없었던 모든 것도
내 탓
서당 한승구
동국대학교에서 불교미술을 전공하고 중요 무형문화재 제118호 이수자로서 단청, 개금,사찰벽화, 불화와 함께 통도사, 은혜사, 옥천사 등에 고승진영을 봉안하였고 국내외에서 18회의 개인전 및 초대전을 가졌다. 현재 경남 고성의 작업실에서 후학지도를 하며 작업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