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리 /한승구
계절의 경계를 넘어 설 때
초록을 고집하지 않는
나뭇잎의 황혼이 아름다운 이유와
태양이 밝음을 고집하지 않고
서녘 지평의 경계를 넘어 서서
어둠에 빛을 양보하기에
아름다운 황혼이 존재하는 이유도
그러해야만 하는 절대 불변의 상황과
현상에 순종하는 순리 때문이다.
순리에 순응하는 그것만으로도 세상도 사람도
더 아름답게
실재할 수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인간의 황혼을 아름답게
보낼 줄 아는 사람이 되기 위해
우리는 어떤 경계를 거쳐야 할까
가장 먼저 순리를 배우고
익숙해져 가는 시간 속에서
무엇을 놓아야 하고
어떤 것을 고집하지 않아야 하는 지의
경계를 넘어서야 할 것이 아니겠는가
새해 화두는 순리에 방점을 찍어 봄은 어떠할까.
서당 한승구
동국대학교에서 불교미술을 전공하고 중요 무형문화재 제118호 이수자로서 단청, 개금,사찰벽화, 불화와 함께 통도사, 은혜사, 옥천사 등에 고승진영을 봉안하였고 국내외에서 18회의 개인전 및 초대전을 가졌다. 현재 경남 고성의 작업실에서 후학지도를 하며 작업 중이다.
-2022년 1월 "월간 해인"에서 퍼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