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의 우울 /한승구
긴 겨울나기였다.
극심한 가뭄은 가슴과
감성을 메마르게 했고
극심한 목마름으로
절망과 좌절을
삼켜야 했던 시간.
엄혹한 추위에 내몰려
삭풍에 웅크린 채
기나긴 겨울을 보내야 했고
좌표를 잃은 삶에
공포의 나날은
덤으로 얹어 주는 일상의 선물이었다.
아... 절로 탄식이 터져 나오는 봄이다.
그런데 그토록 기다렸던 봄과 함께 찾아 든
이 나른한 우울의 정체는 뭘까.
아마도 오랜 기다림에 지친
까닭이라고,
놓아버린 긴장의 끈 탓이라고 할 밖에.
서당 한승구
동국대학교에서 불교미술을 전공하고 중요 무형문화재 제118호 이수자로서 단청, 개금,사찰벽화, 불화와 함께 통도사, 은혜사, 옥천사 등에 고승진영을 봉안하였고 국내외에서 18회의 개인전 및 초대전을 가졌다. 현재 경남 고성의 작업실에서 후학지도를 하며 작업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