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상 /한승구
육십을 넘긴 나이.
아흔을 넘겨 맑은 정신도 갖지 못하신
어머니 앞에서 이제야 재롱을 부릴 수 있었다.
나의 유년기는
어른스러움을 채득한 채 보낸 탓일까
9세 이후로 어머니께 떼를 써본 기억도
말씀을 거역했던 기억도 분명하지 않다.
개성이 뚜렷하고 다소 이기적인
현대의 아이들과 별반 다르지 않은
두 아들을 지켜보며
세상이 바뀌듯
인성도 바뀌는 것이 당연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과거의 나를 떠올리며
가끔은 익숙하지 못한 상황을 맞기도 한다.
비교불가의 세대 차이를 극복해 가야 하는
부모들이 많을 테지만
그렇게 또 적응을 해 갈 밖에.
그러한 현상은 정치에까지
새바람을 불어 넣고 있으니
과거에 머무는 구세대적 기억은
나만의 추억으로 남겨 둘 일인 듯하다.
문득
어머니가
사무치게 그리운 밤이다.
서당 한승구
동국대학교에서 불교미술을 전공하고 중요 무형문화재 제118호 이수자로서 단청, 개금,사찰벽화, 불화와 함께 통도사, 은혜사, 옥천사 등에 고승진영을 봉안하였고 국내외에서 18회의 개인전 및 초대전을 가졌다. 현재 경남 고성의 작업실에서 후학지도를 하며 작업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