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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야에 부는 바람

광야에 부는 바람 / 한승구 양분된 지평선에 가슴을 베이고 엄동설한 광야에서 알몸으로 마주한 시련의 나날 깊고도 긴 밤을 지키고 있어도 분노와 좌절로 고갈된 영감을 뮤즈인들 어쩌리 붓끝으로 살아온 평생 그 순수한 광끼는 누군가의 탐욕이 일으킨 협잡의 칼바람 앞에 힘 없이 흩어지고 말았다. 오늘도 여전히 광야에 칼바람은 불고 좌절과 절망과 슬픔도 사치라 여기며 온 몸으로 막아 설 밖에. 서당 한승구 동국대학교에서 불교미술을 전공하고 중요 무형문화재 제118호 이수자로서 단청, 개금,사찰벽화, 불화와 함께 통도사, 은혜사, 옥천사 등에 고승진영을 봉안하였고 국내외에서 18회의 개인전 및 초대전을 가졌다. 현재 경남 고성의 작업실에서 후학지도를 하며 작업 중이다.

화가의 시선

화가의 시선 / 한승구 좌절과 절망과 분노라는 거대한 격랑에 휩쓸리는 동안 감성의 창을 걸어 잠근 채 지내온 날들이 너무도 길었다. 먼지가 쌓인 채로 널부러진 화구들. 예측할 수 없는 자화상을 꿈꾸며 화자의 손길을 기다리는 백색의 캔버스. 익숙한 크레핀 향은 사라지고 통한을 머금고 뿜어 낸 담배 냄새로 켜켜이 쌓인 공간.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단순한 진리에 기대고 있는 사람들과 나. 이제 모두 지쳐가고 있다. 오랜만에 긴 장마와 연이은 태풍으로 시련을 이겨낸 초록의 물결이 찬연한 햇살을 받아 반짝이고 있는 모습을 바라보며 '시련 없는 성장은 없다.'라며 위안으로 삼을 그 무엇도 없어 붓질이 멈추어 버린 적막한 화실 공간에서 혼자 되뇌어 본다. 서당 한승구 동국대학교에서 불교미술을 전공하고 중요 무형문화재..

사고의 오류

사고의 오류 / 한승구 파도를 일으키는 건 바람이지만 바람이라는 본질을 읽지 못하면 파도의 본질을 알 수 없다. 사고의 오류는 그렇게 시작 된다. 사고의 오류는 판단의 오류를 범하게 되고 오류가 쌓이면 진실로부터 멀어지고 결국엔 비뚤어진 오류가 보편적 상식이 되고 만다. 그것이 몰이해와 편협한 사고가 부르는 결과다. 지금 우리가 범하고 있는 오류는 무엇일까. 혹시 미래를 간과한 채 눈앞의 현상에 끌려 다니며 본질을 망각한 현실을 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오류로 얻어진 상식에 매몰되어 본질로부터 멀어진 것은 아닌지. 스스로에게 심오하게 던져 보아야 할 질문이 아닌가 싶다. 서당 한승구 동국대학교에서 불교미술을 전공하고 중요 무형문화재 제118호 이수자로서 단청, 개금,사찰벽화, 불화와 함께 통도사, 은혜사..

길에서 만난 진리

길에서 만난 진리 /한승구 사람들은 명예와 물질에 혹은 개인적 바람에 대한 지나친 욕심으로 스스로 만든 굴레 속에 갇혀 산다. 그러면서도 욕심을 비워내지 못한 용기의 부재를 탓하기에 앞서 진정성 없는 푸념을 습관처럼 꺼내곤 한다. 나 역시 그들의 반열에서 벗어나지 못한 한 사람이기도 하다. 생각해 보건데 타협이나 편승하는 것에 서툴렀을 뿐 나는 나대로의 욕심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었다. 그것을 미화된 말로 예술가의 자존심이라 했건만 어쩌면 열등감이었거나 가식이 아니었을까. 그것이야말로 이율배반을 합리화한 자아의 갈등이었고 비워낼 수 없는 욕심이 아니던가. 이제야 비움으로 해방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비로소 알아간다. 예술이 인간이 가진 원초적 기질이자 본능적 욕구 중의 한 단면에 지나지 않듯 예술가의 현..

하늘에 보내는 편지

하늘에 보내는 편지 /한승구 서로가 가진 이상이 다르면 대화의 벽은 높을 수밖에 없다. 이상이 같은 사람을 만난다는 것은 어려울 수밖에 없고 인간은 태생 자체가 외로운 존재다. 하여 자신의 실체를 감추거나 내려 둔 채 무의미한 대화에 끼어들기도 하고 소통과 배설의 방법을 제각기 만들어 간다. 나는 소통의 방법으로 글쓰기를 한다. 굳이 타자와의 억지스런 소통을 찾을 이유가 없어 좋다. 수취인이 없는 편지처럼 언제나 나에게만 남아 있는 노트. 나는 그 노트를 하늘에 보내는 편지라 명명한다. 그리고 거침없이 순간의 감정들을 남긴다. 보아 줄 이가 없으니 꾸밈도 거짓도 더할 이유도 없다. 다 큰 사내의 치기어린 글도 치부를 드러낸 글도 비밀스런 글까지도 용서가 되기에 세상 어떤 사람보다 편안하게 나를 비워 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