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 2232

연중 제23주일 2023년 9월 10(가해)

천안청당동성당(천안동부지구) 본당설립 : 2014.01.15 / 주보 : 예수, 마리아, 요셉의 성가정 + 마태오 복음 18, 15-20 그때에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네 형제가 너에게 죄를 짓거든, 가서 단둘이 만나 그를 타일러라. 그가 네 말을 들으면 네가 그 형제를 얻은 것이다. 그러나 그가 네 말을 듣지 않거든 한 사람이나 두 사람을 더 데리고 가거라. '모든 일을 둘이나 세 증인의 말로 확정 지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가 그들의 말을 들으려고 하지 않거든 교회에 알려라. 교회의 말도 들으려고 하지 않거든 그를 다른 민족 사람이나 세리처럼 여겨라.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가 무엇이든지 땅에서 매면 하늘에서도 매일 것이고, 너희가 무엇이든지 땅에서 풀면 하늘에서도 풀릴 것이다..

사유의 가치/한승구

사유의 가치/한승구 감당할 수 없다면 차라리 놓아 버려라. 그러나 놓을 수 있는 용기가 없다면 이겨내야 한다. 시련은 삶이 있는 한 끊이지 않는 것이며 시련을 극복해 가는 과정 속에서 성장해 가는 성장통이라고 여겨야 한다. 절망이 깊다 해도 그 순간이 지나고 나면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나를 보는 것처럼 시련이란 극복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흘러가는 것이기도 하니 흘러가도록 두라. 크고 작은 일들에 쉽게 낙담하는 것은 인생을 멀고 깊게 바라보지 못하는 근사안적이고 소극적인 생각 탓이다. 생이 짧다지만 우리의 생에서는 충분히 긴시간이라는 것을 잊지 마라. 어느 순간 마주한 시련을 두고 생의 모든 것이 걸린 양 절망하지 마라. 기나긴 우리의 삶에서 시련이란 한 순간 휘몰아 치고 지나가는 태풍과도 같은 것이니..

달꽃밥

달꽃밥 /권대웅 스물 살 적 시집와서 우리 엄마가 처음으로 지은 꽃밥 밥알 한 알 한 알 어루만진 그 마음씨 너무 예뻐서 초저녁 하늘에 뜬 초승달이 한 그릇 빌려간 우리 엄마 달꽃밥 초저녁 하늘에 뜬 초승달을 보면 늘 배가 고파진다. 그 초승달 위에 얹혀진 집이 보이고 굴뚝연기가 올라오고 부엌에서 저녁을 짓고 엄마가 밥 먹으라고 부르는 소리가 들려오기 때문이다. 언제나 환하고 따뜻해서 그리운 저 달 창문. "밥 지어 줄께!" 이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말이 있다면 바로 이 말을 꼽고 싶다. 밥 지어 줄게 밥 먹고 가! 손수 밥을 지어준다는 행위에 내포된 따뜻함, 정성, 배려, 마음씨, 어루만짐... 그런 밥을 먹어 본 적이 있다. 무엇인가 하고 싶은데 아무것도 할 수 없어 더 힘겹고 지치고 춥고 무엇보다 ..

권대웅의 달시 2023.09.05

파란여름 달공작

파란여름 달공작 / 권대웅 마음에 떠있는 그리운 별과 달을 당신 잠든 밤하늘 꿈 속에서 활짝 펼쳤다가 새벽이면 고요히 접는 파란하늘 달공작 양탄자를 타고 밤하늘을 날아다니고 싶었어, 어릴 적, 산동네 창문에서 반짝이는 별들을 바라보면 그 속에 누군가 살고 있을 것 같아. 양탄자를 타고서 그 별의 창문을 들여다보고 싶었어. 작은 오두막별 창문에서 누군가를 그리워하며 하모니카를 부는 소년, 낮에는 일을 하고 밤에는 학교 갔다 돌아와 늦은 밤 앉은뱅이 책상에서 숙제를 하는 여학생이 저 별에도 분명 있을 것 같아. 그들을 위로하러 가고 싶어. 나는 간절하게 양탄자가 필요했어. 그 꿈을 이루고 싶어 시인이 된 것 같아. 동화를 썼던 것 같아. 외롭고 가난한 것에 대한 연민 같은 것 말이야. 다락방에 엎드려 '보물..

권대웅의 달시 2023.09.05

달빛 바느질

달빛 바느질 / 권대웅 수백 년 수천 년 전에도 저 달을 바라보던 눈들을 생각하면 밤이 하나의 긴 통로로 이어져 있는 것 같다. 그 일직선에 깃들여 살며 이생도 저생도 달 아래 모두 한 공간 한 동네 어떤 마음자리였을까 굽이굽이 사무친 말과 옹이 진 사연 풀잎 같은 눈물이 저기 저리 모여 환하구나 연못에 얼굴을 들여다 보듯 서로 달을 바라보던 인연 어느 생에서 눈을 마주칠 수 있을까 때로 너무 오래되어 헤진 사연 잊혀질까 달빛이 꿰매고 있다 달에는 국경이 없다. 시간과 공간도 없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달과 저곳에서 바라보는 달이 같으니 달 아래 모두 한동네다. 오늘밤 바라보는 달과 백 년 전 아니 천년 전 살던 사람이 바라보던 달이 같으니 달빛으로 우리는 이생과 저 생이 모두 서로 연결되어 있다. 경계가..

권대웅의 달시 2023.09.05

당신이 다시 오시는 밤

당신이 다시 오시는 밤 / 권대웅 누가 환생을 하는가 보다 환한 달에서 떨어지는 꽃향기가 제삿날 피우는 향처럼 가득하다 목이 메인다 내가 알았던 생이었나 보다 기우뚱 떠오르려다 사라지는 나뭇가지 위 달이 밀어내는 꽃봉오리가 뜨겁다 이 밤에 당신 무엇으로 오시는가 목이 꺾이도록 달을 바라보다가 저 달 속에 그만 풍선 몸을 던져 당신이 오고 있는 길 그 생 쫓아 다시 오고 싶다 밤에 피어나는 연꽃을 바라보다가 갑자기 눈물이 난 적이 있습니다. 달이 환하게 떠 있던 여름밤이었습니다. 어둠 속을 달빛이 계단을 밟듯 사뿐 내려와 연꽃을 피워내고 있었습니다. 그 연꽃을 가만히 바라보는데 문득 달빛이 연꽃을 피우는 것이 아니라 연꽃 속에서 달이 피어나는 것 같았습니다. 아! 고요한 이 밤에 달과 연꽃이 서로 만나 연..

권대웅의 달시 2023.09.05

싸리꽃 필 무렵

싸리꽃 필 무렵 /권대웅 저녁밥 지으려 부엌에 갔던 엄마가 쌀독에 쌀이 떨어져 쌀 대신 뒷동산에서 꺾어온 싸리꽃 그 향기에 불을 켜지 않아도 마루가 환했고 더웠고 목이 메이던 봄 꽃은 땅 속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나뭇가지 속에서 피어 나오는 것도 아니다. 이곳 속 저 너머 보이지는 않지만 봄바람이 불고, 비가 오고, 눈부신 햇빛이 내리쬐는 또 다른 공간의 버전 속 어딘가에서 오는 것이다. 전생에서 오는 것이다. 개나리는 노랑 길로 온다. 진달래는 분홍 길로 온다. 벚꽃은 연분홍 길로 왔다가 다시 온 길로 돌아간다. 꽃은 지는 것이 아니다. 땅으로 떨어지는 것이 아니다. 봄이면 자기가 살던 그리운 이 세상에 왔다가 다시 저 공중의 꽃길을 따라 돌아가는 것이다. 그렇게 꽃들이 오고 가시는 길. 봄이면 얼..

권대웅의 달시 2023.09.05

연중 제22주일 2023년 9월 3일(가해)

천안월랑성당(천안서부지구) 본당설립 : 2015.01.09 / 주보성인 : 거룩한 변모 + 마태오 복음 16,21-27 그때에 예수님께서는 당신이 반드시 예루살렘에 가시어 원로들과 수석 사제들과 율법 학자들에게 많은 고난을 받고 죽임을 당하셨다가 사흘날에 되살아나셔야 한다는 것을 제자들에게 밝히기 시작하셨다. 그러자 베드로가 예수님을 꼭 붙들고 반박하기 시작하였다. "맙소사,주님! 그런 일은 주님께 결코 일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돌아서서 베드로에게 말씀하셨다. "사탄아,내게서 물러가라. 너는 나에게 걸림돌이다. 너는 하느님의 일은 생각하지 않고 사람의 일만 생각하는구나!" 그때에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누구든지 내..

연중 제20주일 2023년 8월 20일(가해)

천안불당2동성당(천안서부지구) 본당설립 : 2017.01.10 / 주보 : 성체성혈 + 마태오 복음 15,21-28 그때에 예수님께서 티로와 시돈 지방으로 물러가셨다. 그런데 그 고장에서 어떤 가나안 부인이 나와, "다윗의 자손이신 주님,저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 제 딸이 호되게 마귀가 들렸습니다."하고 소리 질렀다. 예수님께서는 한마디도 대답하지 않으셨다. 제자들이 다가와 말하였다. "저 여자를 돌려보내십시오. 우리 뒤에서 소리 지르고 있습니다." 그제야 예수님께서 "나는 오직 이스라엘 집안의 길 잃은 양들에게 파견되었을 뿐이다."하고 대답하셨다. 그러나 그 여자는 예수님께 와 엎드려 절하며,"주님,저를 도와주십시오."하고 청하였다. 예수님께서는 "자녀들의 빵을 집어 강아지들에게 던져 주는 것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