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기자/김정환 두 기자/김정환 그들은 닉슨을 탄핵했다. 사람들은 그들을 정의의 사도라고 불렀다. 언론의 권력은 언론을 자신의 입이라고 믿는 사람들의 권력이었으므로 두 기자는 영웅 대접을 받고 닉슨 일가와 극소수를 제외하고는 스스로가 민주주의의 투사가 된 감격을 누렸다. 그것은 당연하고 .. 권순진의 맛있는 시읽기 2018.04.13
간격/안도현 간격/안도현 숲을 멀리서 바라보고 있을 때는 몰랐다. 나무와 나무가 모여 어깨와 어깨를 대고 숲을 이루는 줄 알았다. 나무와 나무 사이 넓거나 좁은 간격이 있다는 걸 생각하지 못했다. 벌어질 대로 최대한 벌어진, 한데 붙으면 도저히 안 되는, 기어이 떨어져 서 있어야 하는, 나무와 나.. 권순진의 맛있는 시읽기 2018.04.13
동방의 등불/타고르 동방의 등불/타고르 일찍이 아시아의 황금시기에 빛나던 등불의 하나인 코리아 그 등불 다시 한 번 켜지는 날에 너는 동방의 밝은 빛이 되리라. 타고르(1861~1941)는 인도의 시인이며, 사상가요, 교육자다. 그는 1913년 동양인으로는 최초로 ‘기탄자리(신에게 바치는 송가)’로 노벨 문학상.. 권순진의 맛있는 시읽기 2018.04.13
그 집을 생각하면/김남주 그 집을 생각하면/김남주 이 고개는 솔밭 사이사이를 꼬불꼬불 기어오르는 이 고개는 어머니가 아버지한테 욱신욱신 삭신이 아리도록 얻어맞고 친정집이 그리워 오르고는 했던 고개다 바람꽃에 눈물 찍으며 넘고는 했던 고개다 어린 시절에 나는 아버지 심부름으로 어머니를 데리러 이 .. 권순진의 맛있는 시읽기 2018.04.13
깡통/곽재구 깡통/곽재구 아이슬랜드에 가면 일주일에 한 번 TV가 나오지 않는 날 있단다 매주 목요일에는 국민들이 독서와 음악과 야외 생활을 즐길 수 있도록 국영 TV가 앞장을 서 세심한 문화 정책을 편단다 하루의 노동을 끝내고 돌아와 앉은 우리나라 TV에는 이제 갓 열여덟 소녀 가수가 선정적 율.. 권순진의 맛있는 시읽기 2018.04.13
너를 기다리는 동안/황지우 너를 기다리는 동안/황지우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에 내가 미리 가 너를 기다리는 동안 다가오는 모든 발자국은 내 가슴에 쿵쿵거린다. 바스락 거리는 나뭇잎 하나도 다 내게 온다. 기다려본 적이 있는 사람은 안다. 세상에서 기다리는 일처럼 가슴 아리는 일 있을까. 네가 오기로 한 그 .. 권순진의 맛있는 시읽기 2018.04.13
설날/권영우 설날/권영우 뒤뜰 청솔 더미에서 목욕한 해묵은 석양이 동쪽 하늘 붉은 때때옷으로 치장하고 대청마루에 새해 복(福), 한 광주리 걸어 놓는다 날마다 맞이하는 무덤덤한 햇살이 오늘 아침은 가난한 가슴에 부푼 꿈을 가득가득 안겨온다 섣달그믐 묵은 때를 열심히도 벗기시던 어머니는 .. 권순진의 맛있는 시읽기 2018.04.13
여백/도종환 여백/도종환 언덕 위에 줄지어 선 나무들이 아름다운 건 나무 뒤에서 말없이 나무들을 받아안고 있는 여백 때문이다 나뭇가지들이 살아온 길과 세세한 잔가지 하나하나의 흔들림까지 다 보여주는 넉넉한 허공 때문이다 빽빽한 숲에서는 보이지 않는 나뭇가지들끼리의 균형 가장 자연스.. 권순진의 맛있는 시읽기 2018.04.13
나의 소망/황금찬 나의 소망/황금찬 정결한 마음으로 새해를 맞이하리라 그렇게 맞이한 이 해에는 남을 미워하지 않고 하늘같이 신뢰하며 욕심 없이 사랑하리라 소망은 갖는 사람에겐 복이 되고 버리는 사람에겐 화가 오느니 우리 모두 소망 안에서 살아갈 것이다 지혜로운 사람은 후회로운 삶을 살지 않.. 권순진의 맛있는 시읽기 2018.04.13
불나비 사랑/임영조 불나비 사랑/임영조 해 저문 양수리 호반가든 저녁놀 쓴 나비부인 대여섯 평상에 앉아 소주잔을 돌린다 얇게 썬 시국과 갖가지의 소문을 석쇠 위에 뒤적뒤적 굽는다 숯불처럼 벌겋게 달아오른 취기로 색이 진한 입담이 무르익는다 막가는 정치 경제 문학을 씹고 우상을 씹고 치정을 씹다.. 권순진의 맛있는 시읽기 2018.04.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