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순진의 맛있는 시읽기 267

개 같은 가을이 / 최승자

개 같은 가을이 / 최승자 개 같은 가을이 쳐들어온다. 매독같은 가을. 그리고 죽음은, 황혼 그 마비된 한쪽 다리에 찾아온다. 모든 사물이 습기를 잃고 모든 길들의 경계선이 문드러진다 레코드에 담긴 옛 가수의 목소리가 시들고 여보세요 죽선이 아니니 죽선이지 죽선아 전화선이 허공에서 수신인을 잃고 한 번 떠나간 애인들은 꿈에도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그리고 그리고 괴어 있는 기억의 폐수가 한없이 말 오줌 냄새를 풍기는 세월의 봉놋방에서 나는 부시시 죽었다 깨어난 목소리로 묻는다. 어디만큼 왔나 어디까지 가야 강물은 바다가 될 수 있을까. - 시집 '이 時代의 사랑' 가운데 - 개 같은 가을이라니. 참 죽여주는 가을보다 더 도발적인 직유다. ‘내일의 불확실한 희망보다는 오늘의 확실한 절망을 믿는다’는 시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