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레의 별 / 류시화
사람들이 방안에 모여 별에 대한 토론을 하고 있을 때
나는 문 밖으로 나와서 풀줄기를 흔들며
지나가는 벌레 한 마리를 구경했다
까만 벌레의 눈에 별들이 비치고 있었다
그것을 사람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나는
벌레를 방안으로 데리고 갔다
그러나 어느새 별들은 사라지고
벌레의 눈에 방안의 전등불만 비치고 있었다
나는 다시 벌레를 풀섶으로 데려다 주었다
별들이 일제히 벌레의 몸 안에서 반짝이기 시작했다
- 시집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중에서 -
방 안에 모여 앉아 별에 대한 이야기를 만날 해 보았자 별을 볼 수는 없다. 몸소 밖에 나가 자신의 눈으로 직접 밤하늘의 별을 올려다보면 되는 아주 간단한 것인데도 그게 잘 되지 않는다. 하기야 신비로운 것은 언제나 우리와 눈높이를 잘 맞추려하지 않는다. 사람의 손이 닿지 않는 곳에 늘 신비는 도사리고 있다. ‘물속에는 물만 있는 것이 아니고, 하늘에는 그 하늘만 있는 것이 아니며, 내 안에는 나만 있는 것이 아닌’ 그 곳에 모든 신비는 숨어있다.
사람들은 벌레의 몸 안에 반짝이는 그것을 별이라 말하지 않는 대신 계급 높은 군인의 어깨 위에, 인기와 돈을 한꺼번에 거머쥔 배우의 살인미소 앞에 그 별을 갖다 붙인다. 그리고 도시의 휘황하고 찬란한 인공불빛에게도 가끔 별빛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반짝이는 모든 것이 금이 아니듯 반짝거리는 빛이 다 별은 아니다. 방안에 들일수도 다른 사람과 수다를 떨며 함께 볼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겔럭시 은하와 오로라를 온전히 볼 수 없다 해도 밤하늘은 늘 별들의 축제다. 손끝으로 바라보는 일곱 별자리, 견우와 직녀성, 개똥벌레의 몸 안에서 반짝이는 것 까지 별이 온통 쏟아지는 밤이 오면 누울 자리 하나 들고 얕은 동산이라도 한번 올라가 보자. 안드로메다 까지는 눈이 부신다 하여도 조랑말자리의 별 하나 딸 수 있을까 설레며 평평한 곳에서 큰대자로 쫙 누워보자. 춥지도 덥지도 않은 이 기막힌 밤의 계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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