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오는 길목에서/한승구 수업을 마치고 십여 리의 길을 걸어 집으로 향하던 멀고도 먼 기억을 떠올린다. 그날의 하늘은 분명 연분홍 꽃 빛깔 화사한 햇살이 연분홍 꽃비가 되어 쏟아져 내리는 듯한 어느 따뜻한 봄날이었다. 인적 없는 십여 리의 시골길을 따라 늘어 서 있던 까만 전봇대의 전선 위로 이름 모를 작은 새 한 마리 소년은 그 새의 울음소리를 따서 비비새라 불렀다. 산골의 적막함 때문이었을까. 휘파람을 부는 듯한 가늘고 짧은 새 소리가 유난히도 처연하여 아득한 절망이 담긴 슬픈 소리로 느껴졌었다. 소년은 작은 새가 날아갈 때까지 한참을 바라보고 서 있었다. 연분홍 햇살을 온몸으로 느끼면서... 나의 과거 지향적 성향은 추억도 재산인 양 자주 끄집어내어 보곤 한다. 봄이 오는 길목에서 끄집어낸 기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