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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립의 미학

고립의 미학/한승구 도심을 뒤로한 채 찾아든 적막한 산골 그곳은 포기와 체념을 배우는 고립된 곳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절망이나 좌절이 아닌 비움이라는 것을 알았고 비움에 따르는 과정이라는 것을 알았다. 세상의 많은 것들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게 되고 이해와 용서 관용과 배려를 스스로 깨닫게 하는 것은 일상적인 나로부터의 초월이자 고립의 미학이라 말하고 싶다. 걸림없이 누릴 것 같은 자유는 자유가 아닌 필연으로 받아 들어야 할 고독한 무원의 고립감이었고 더러는 비켜 살 수 없는 정신적 한계와 마주한 자아를 위로해야 했다. 산 속에서 나와야 숲을 볼 수 있고 산을 볼 수 있듯 우리의 삶과 세상을 관조할 수 있는 자리가 있는 법이다. 비워진 만큼의 평화란 말은 아직도 요원하고 고립의 미학 속에서 여전히 과정을 ..

비움이 주는 평화

비움이 주는 평화/한승구 한 해를 정리하며 되돌아보면 세속의 격량에 휩쓸려 소중한 시간들을 잃어 왔다. 거대한 벽을 마주한 절망. 항변의 무기력함이 주는 분노는 이제 접자. 제각기의 영토에서 누군가는 과욕에 몰락하고 누군가는 탐욕의 꿈을 이루고 또 누군가는 청빈함으로 고달파도 세월은 유유히 흐르고 세상은 치유의 상흔 위에서도 언제나 건재하다. 사람을 탓하는 건 어리석은 일. 생성과 소멸의 이치 속에 잠시 머물다 가는 존재들의 집착일 따름 인간사 모든 것은 시간만이 해결의 답이다. 나는 나의 영토에서 그들은 그들의 영토에서 서로 다른 꿈의 씨앗을 심고 가꾸어 갈 뿐이다. 그 꿈 역시 시간이 거두어 갈 헛된 망상에 불과할 테지만. 영원한 것은 없고 불사불멸한 것도 없다. 지금 누리는 것은 찰라에 지나지 않음..

지혜의 눈

지혜의 눈/한승구 연륜에 따른 행동지침이 없듯 세월이 반드시 인격을 부여하거나 지혜를 주는 것은 아니다. 스스로 다듬어 가지 못한 인격이나 지혜는 흘려보낸 세월이 무색할 따름이다. 연륜이 어떠하건 간혹은 허점이 보이고 더러는 가벼워도 그것이 흠이 되지않는 지혜로운 사람이 귀한 세상. 지식은 자칫 넘칠 수 있으니 그런 지식은 독이 되기 마련이나 지혜는 넘칠 일이 없으니 덕으로 쌓인다. 지혜로운 이가 덕을 쌓으면 그가 곧 귀인이자 진인이다. 우리가 진인을 만나지 못함은 지혜를 볼 수 있는 눈을 뜨지 못한 자의 문제임을 인정하고 진아(眞我)를 위한 성찰을 필요로 하는 것은 아닌지 되새겨 볼 일이다.

진리의 눈

진리의 눈/한승구 자기 자신의 욕심을 깨달아야 하고 분노를 벗어나려하면 진리에 눈을 떠야 한다. 사견에서 벗어나려면 부지런히 수행을 해야 하고 세상일에 매달리지 않으려면 자신이 하는 일에 기쁨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 아함경의 한 구절이다 이 나라가 처한 작금의 상황에 지도자 국민 할 것 없이 새겨보아야만 할 구절이 아닌가 한다. 이 혼란의 근원이 탐욕으로부터 시작되었으니 사견에서 벗어나 진리를 볼 수 있는 눈을 뜨기를 간절히 염원한다.

염화미소

염화미소/한승구 마음과 마음으로 전해진다는 뜻으로 쓰여지는 이심전심,심심상인,교외별전, 그리고 세존께서 말없이 들어 보이신 연꽃에 미소로 화답한 가섭 존자. 이른바 염화미소의 장면이 있다. 지금 우리는 이와 같이 심오한 뜻은 아닐지라도 서로를 이해하려는 마음자세만이라도 가져야 할 때라 여겨진다. 보이고 들리는 것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사람,감춰진 의미를 찾으려는 사람, 그러한 성향이 심화되어 한 치의 양보 없이 양극단으로 치닫고 있는 지금의 형국, 상대를 이해하려는 노력의 부족으로 생겨난 부조화를 깨뜨리는 것은 역지사지의 자세다. 상대가 무엇을 말하려 하는지를 알고 합리와 진실에 이르는 길을 모색해야 한다. 편협한 이념으로 눈 가리고 귀 막은 채 진실을 피해가는 어리석음 보다 염화미소가 주는 가르침이 무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