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로운 사람들/한승원(소설가) “상기네 할머니가 올해 아흔네 살인데, 아들하고 며느리한테 자꾸 굿을 해달라고 한다네요. 밤이면 검은 갓에 검은 도포 입은 얼굴 새까만 남자가 자꾸 어른거리고 가슴이 두근거려서 잠을 이룰 수 없다고… 그 할머니 노망났을까?” 아내가 이 말을 한 지 열흘쯤 뒤에 새 소식을 전해주었습니다. “상기네 할머니가 낮잠을 자다가 문틈으로 거실을 내다보면, 아들과 며느리가 들에 나갔다가 들어와서는 무슨 맛있는 보약인가를, 당신한테는 주지 않고 자꾸 마신 모양이어요. 속이 상한 상기네 할머니는, 아들과 며느리가 들에 나가고 없는 새에, 그들이 하는 대로 그 맛있는 것을 뜨거운 물에 타서 하루 서너 차례 마신 것이어요. 그것이 뭣이냐 하면 믹서 커피라… 그 사실을 알아차린 상기네 아버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