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 매화 / 권대웅 찬바람을 맞고 피어나는 매화의 깊고 은은한 향기는 어딘가를 한 번도 아니고 몇 번 거쳤다가 돌아온 생 같아. 맨몸 맨살로 돌아와 추워도 춥지 않은 그 빙옥氷玉의 언어들. 추위 속에 향기를 자아내는 매화는 꽃이 아니라 정신이야. 겨울밤 달빛 아래 매화가 피어나는 것을 보았어. 달빛과 매화의 색깔이 같은 데도 명징하면서도 고고한 정신이 서로 맞닿아 어떤 경지와 절정 이른 것 같았어. 삼매三昧에 들었다는 것이 저런 것일까. 오래 그 풍경을 바라보다가 세상에 모든 아픔과 슬픔 힘겨움을 겪어내는 것에는 향기가 있다는 것을 느꼈어. 뼈에 사무치도록 혹독한 추위를 겪은 후 코를 찌르는 향기를 얻은 매화처럼 말이야. 추워서 더 명징하고 슬프고 아팠기 때문에 더욱더 향기로워라.당신. 거룩하고 아름다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