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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다시 오시는 밤

당신이 다시 오시는 밤 / 권대웅 누가 환생을 하는가 보다 환한 달에서 떨어지는 꽃향기가 제삿날 피우는 향처럼 가득하다 목이 메인다 내가 알았던 생이었나 보다 기우뚱 떠오르려다 사라지는 나뭇가지 위 달이 밀어내는 꽃봉오리가 뜨겁다 이 밤에 당신 무엇으로 오시는가 목이 꺾이도록 달을 바라보다가 저 달 속에 그만 풍선 몸을 던져 당신이 오고 있는 길 그 생 쫓아 다시 오고 싶다 밤에 피어나는 연꽃을 바라보다가 갑자기 눈물이 난 적이 있습니다. 달이 환하게 떠 있던 여름밤이었습니다. 어둠 속을 달빛이 계단을 밟듯 사뿐 내려와 연꽃을 피워내고 있었습니다. 그 연꽃을 가만히 바라보는데 문득 달빛이 연꽃을 피우는 것이 아니라 연꽃 속에서 달이 피어나는 것 같았습니다. 아! 고요한 이 밤에 달과 연꽃이 서로 만나 연..

권대웅의 달시 2023.09.05

싸리꽃 필 무렵

싸리꽃 필 무렵 /권대웅 저녁밥 지으려 부엌에 갔던 엄마가 쌀독에 쌀이 떨어져 쌀 대신 뒷동산에서 꺾어온 싸리꽃 그 향기에 불을 켜지 않아도 마루가 환했고 더웠고 목이 메이던 봄 꽃은 땅 속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나뭇가지 속에서 피어 나오는 것도 아니다. 이곳 속 저 너머 보이지는 않지만 봄바람이 불고, 비가 오고, 눈부신 햇빛이 내리쬐는 또 다른 공간의 버전 속 어딘가에서 오는 것이다. 전생에서 오는 것이다. 개나리는 노랑 길로 온다. 진달래는 분홍 길로 온다. 벚꽃은 연분홍 길로 왔다가 다시 온 길로 돌아간다. 꽃은 지는 것이 아니다. 땅으로 떨어지는 것이 아니다. 봄이면 자기가 살던 그리운 이 세상에 왔다가 다시 저 공중의 꽃길을 따라 돌아가는 것이다. 그렇게 꽃들이 오고 가시는 길. 봄이면 얼..

권대웅의 달시 2023.09.05

연중 제22주일 2023년 9월 3일(가해)

천안월랑성당(천안서부지구) 본당설립 : 2015.01.09 / 주보성인 : 거룩한 변모 + 마태오 복음 16,21-27 그때에 예수님께서는 당신이 반드시 예루살렘에 가시어 원로들과 수석 사제들과 율법 학자들에게 많은 고난을 받고 죽임을 당하셨다가 사흘날에 되살아나셔야 한다는 것을 제자들에게 밝히기 시작하셨다. 그러자 베드로가 예수님을 꼭 붙들고 반박하기 시작하였다. "맙소사,주님! 그런 일은 주님께 결코 일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돌아서서 베드로에게 말씀하셨다. "사탄아,내게서 물러가라. 너는 나에게 걸림돌이다. 너는 하느님의 일은 생각하지 않고 사람의 일만 생각하는구나!" 그때에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누구든지 내..

연중 제20주일 2023년 8월 20일(가해)

천안불당2동성당(천안서부지구) 본당설립 : 2017.01.10 / 주보 : 성체성혈 + 마태오 복음 15,21-28 그때에 예수님께서 티로와 시돈 지방으로 물러가셨다. 그런데 그 고장에서 어떤 가나안 부인이 나와, "다윗의 자손이신 주님,저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 제 딸이 호되게 마귀가 들렸습니다."하고 소리 질렀다. 예수님께서는 한마디도 대답하지 않으셨다. 제자들이 다가와 말하였다. "저 여자를 돌려보내십시오. 우리 뒤에서 소리 지르고 있습니다." 그제야 예수님께서 "나는 오직 이스라엘 집안의 길 잃은 양들에게 파견되었을 뿐이다."하고 대답하셨다. 그러나 그 여자는 예수님께 와 엎드려 절하며,"주님,저를 도와주십시오."하고 청하였다. 예수님께서는 "자녀들의 빵을 집어 강아지들에게 던져 주는 것은 ..

성모 승천 대축일 2023년 8월 15일 (가해)

+ 루카 복음 1,39-56 그 무렵 마리아는 길을 떠나,서둘러 유다 산악 지방에 있는 한 고을로 갔다. 그리고 즈카르야의 집에 들어가 엘리사벳에게 인사하였다. 엘리사벳이 마리아의 인사말을 들을 때 그의 태 안에서 아기가 뛰놀았다. 엘리사벳은 성령으로 가득 차 큰 소리로 외쳤다. "당신은 여인들 가운데에서 가장 복되시며 당신 태중의 아기도 복되십니다. 내 주님의 어머니께서 저에게 오시다니 어찌 된 일입니까? 보십시오,당신의 인사말 소리가 제 귀에 들리자 저의 태 안에서 아기가 즐거워 뛰놀았습니다. 행복하십니다. 주님께서 하신 말씀이 이루어지리라고 믿으신 분!" 그러자 마리아가 말하였다. "내 영혼이 주님을 찬송하고,내 마음이 나의 구원자 하느님 안에서 기뻐 뛰니,그분께서 당신 종의 비천함을 굽어보셨기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