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항아리 꽃 / 권대웅 비가 그치고나자 마지막 피어난 꽃이 후드득! 저 달의 못에 가 닿는다. 고요하다. 그렇게 또 한 봄이 끝난다. 한 생이 건너간다. 이 세상을 살면서 내가 듣고 보았던 모든 말, 풍경, 기억들을 한 마디로 표현한다면 무엇일까. 고! 요! 하! 다! 달에게로 간 꽃처럼... 그래서 나는 때로 어떤 말 앞에서도 고요하고 어떤 풍경 앞에서도 고요하다. 108개의 달항아리를 그리고 있어. 고요한 달항아리 속을 듣고 싶었어. 달항아리 속에 존재의 비밀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 문득 그 안에 달이 있을 것 같았어. 둥글고 아름답게 빚어진 달항아리의 자태 말고 그 안의 둥근 공간 말야. 그 안에 웅크리고 앉아 있으면 보일까, 내가 인간의 씨앗으로 형성되어 이 세상으로 오고 있는 것, 그 너머 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