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북/ 문인수 달북/ 문인수 저 만월, 만개한 침묵이다. 소리가 나지 않는 먼 어머니. 아무런 내용도 적혀 있지 않지만 고금의 베스트셀러 아닐까 덩어리째 유정한 말씀이다. 만면 환하게 젖어 통하는 달, 북이어서 그 변두리가 한없이 번지는데 괴로워하라, 비수 댄 듯 암흑의 밑이 투둑, 타개져 천천히 .. 권순진의 맛있는 시읽기 2018.04.13
입춘/ 서대선 입춘/ 서대선 찌르르 가슴에 젖이 돈다 잠결에도 입을 오물거리는 어린 생명 하나 가슴에 안겨 오는 밝은 양지....... - 시집 『레이스 짜는 여자』 (서정시학, 2014) 아직 추위가 그대로 머물러있으나 대지가 서서히 따스한 양의 기운으로 돌아선다는 입춘이다. 절기상으로는 실질적인 새해.. 권순진의 맛있는 시읽기 2018.04.13
버리긴 아깝고/ 박철 버리긴 아깝고/ 박철 일면식 없는 한 유명 평론가에게 시집을 보내려고 서명한 뒤 잠시 바라보다 이렇게까지 글을 쓸 필요는 없다 싶어 면지를 북 찢어낸 시집 가끔 들르는 식당 여주인에게 여차여차하여 버리긴 아깝고 해서 주는 책이니 읽어나 보라고 며칠 뒤 비 오는 날 전화가 왔다 .. 권순진의 맛있는 시읽기 2018.04.13
고라니에게 몸살을 옮다 / 박승민 고라니에게 몸살을 옮다 / 박승민 메밀밭이 있던 눈밭에서 고라니가 운다. 희미한 비음이 눈보라에 밤새도록 쓸려온다. 나는 자는 척 베개에 목을 괴고 누웠지만 다시 몸을 뒤척여 민물새우처럼 등을 구부려 돌아누워 보지만 눈바람에 실려오는 울음소리가 달팽이관을 자꾸 건드린다. 바.. 권순진의 맛있는 시읽기 2018.04.13
물을 만드는 여자/ 문정희 물을 만드는 여자/ 문정희 딸아, 아무 데나 서서 오줌을 누지 말아라 푸른 나무 아래 앉아서 가만가만 누어라 아름다운 네 몸 속의 강물이 따스한 리듬을 타고 흙 속에 스미는 소리에 귀 기울여 보아라 그 소리에 세상의 풀들이 무성히 자라고 네가 대지의 어머니가 되어 가는 소리를 때때.. 권순진의 맛있는 시읽기 2018.04.13
김지혜/ 곽재구 김지혜/ 곽재구 네 앞가슴에 달린 초록빛 손수건의 무지개 보다 서툰 네 그림이 예쁘구나 지혜야 나이 여섯 초록미술학원생인 네가 무등산 기슭으로 야외 사생을 나왔을 때, 속없는 아저씨는 너의 깔끔한 옷차림과 예쁜 차를 보고 기분이 나빴단다 젊은 미술학원 여선생님은너희에게 사.. 권순진의 맛있는 시읽기 2018.04.13
함께 가자 우리 이 길을 / 김남주 함께 가자 우리 이 길을 / 김남주 함께 가자 우리 이 길을 셋이라면 더욱 좋고 둘이라도 함께 가자 앞서가며 나중에 오란 말일랑 하지 말자 뒤에 남아 먼저 가란 말일랑 하지 말자 둘이면 둘 셋이면 셋 어깨동무 하고 가자 투쟁 속에 동지 모아 손을 맞잡고 가자 열이면 열 천이면 천 생사.. 권순진의 맛있는 시읽기 2018.04.13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 정지원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 정지원 단 한 번일지라도 목숨과 바꿀 사랑을 배운 사람은 노래가 내밀던 손수건 한 장의 온기를 잊지 못하리 지독한 외로움에 쩔쩔매도 거기에서 비켜서지 않으며 어느 결에 반짝이는 꽃눈을 닫고 우렁우렁 잎들을 키우는 사랑이야말로 짙푸른 숲이 되고 산이 .. 권순진의 맛있는 시읽기 2018.04.13
겨울 手話/ 최승권 겨울 手話/ 최승권 몇 몇은 보이지 않았다 졸업식 송사의 마지막 구절이 키 작은 여학생들을 일제히 흐느끼게 할 때 서울 어느 목공소 조수로 취직했다는 광오와 상급학교에 진학을 못한 상동이의 얼굴은 금간 유리창 너머 갈매기 두 마리로 날아오르고 교정 구석 단풍나무 한 그루로 선 .. 권순진의 맛있는 시읽기 2018.04.13
어머니와 설날/ 김종해 어머니와 설날/ 김종해 우리의 설날은 어머니가 빚어주셨다 밤새도록 자지 않고 눈오는 소리를 흰 떡으로 빚으시는 어머니 곁에서 나는 애기까치가 되어 날아올랐다 빨간 화롯불 가에서 내 꿈은 달아오르고 밖에는 그해의 가장 아름다운 눈이 내렸다 매화꽃이 눈 속에서 날리는 어머니.. 권순진의 맛있는 시읽기 2018.04.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