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봉의 내 돌아갈 그립고 아름다운 별-11 서울에서 책을 살 일이 생기면 종로서적·교보문고·을지서적에 간다. 저마다 목 좋은 전철역 근방에 자리잡은 탓이기도 하거니와 책을 사든 사지 않든 세상의 책이란 책이 도서관보다 더 보기 좋게 진열되어 있다고 여겨지는 탓이다. 대형서점이란 우리가 경험하는 세계의 언어를 한군데 모아놓은 것 같다. 그래서 이 책 저 책 뒤적거리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그러곤 마음먹고 간 책 한 권, 그리고 값싼 문고판 한 권을 쥐고 나온다. 영성과 가난과 소박함을 주장하고 노래하는 책들도 내 호주머니 사정에 비하면 엄청 비싸고, 그런 책을 볼 때마다 나는 정말 가난을 이야기할 처지도 되지 못한다는 쓸쓸한 감정을 맛보곤 했다. 남의 잔치에 와 있다는 서먹한 뒤끝을 느끼지 않으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