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다시 오시는 밤 / 권대웅
누가 환생을 하는가 보다
환한 달에서 떨어지는 꽃향기가
제삿날 피우는 향처럼 가득하다
목이 메인다
내가 알았던 생이었나 보다
기우뚱 떠오르려다
사라지는 나뭇가지 위
달이 밀어내는 꽃봉오리가 뜨겁다
이 밤에 당신 무엇으로 오시는가
목이 꺾이도록 달을 바라보다가
저 달 속에 그만 풍선 몸을 던져
당신이 오고 있는 길
그 생 쫓아 다시 오고 싶다
밤에 피어나는 연꽃을 바라보다가 갑자기 눈물이 난 적이 있습니다. 달이 환하게 떠 있던 여름밤이었습니다. 어둠 속을 달빛이 계단을 밟듯 사뿐 내려와 연꽃을 피워내고 있었습니다. 그 연꽃을 가만히 바라보는데 문득 달빛이 연꽃을 피우는 것이 아니라 연꽃 속에서 달이 피어나는 것 같았습니다. 아! 고요한 이 밤에 달과 연꽃이 서로 만나 연결되고 있었습니다.
연꽃에서 달이 피어나고 달에서 연꽃이 피어납니다. 어둠을 바탕으로한 달과 진흙을 본질로 한 연꽃이 서로를 끌어들이며 이 생과 저 생을 재생시키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누가 오고 있는 것일까. 언젠가 손을 놓았던 시간들. 아득하게 사라져 갔지만 가까운 그 무한천공(無限天空)의 어둠이 너무 환해 눈이 없어도 보이는 것 같았습니다.
'당신의 모습이 아름다운 것만큼 마음도 아름답다' 연꽃의 꽃말이랍니다. 마음의 달이 아름다우니 당신의 이마는 얼마는 환하게 아름다울까요. 달은 연꽃 속에서 연꽃은 달 속에서 서로를 비추며 그토록 청순한 마음을 만들어내는 것 같았습니다. 아무리 아프고 힘들고 어둡고 진흙구덩이 속 같더라도 그것은 바탕과 본질을 환하게 비추며 피어나는 것, 그것이 우리가 이 세상에 온 이유 같았습니다. 그 청순한 마음이 오고 있는 밤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