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속에 감춰진 그 마음]

출구

모든 2 2023. 3. 17. 16:58

 

 

 

출구/한승구

 

수많은 자각의 시간

그 시간들이 쌓이고 쌓여

숙연한 마음으로 세상을 향해

고개를 숙이는데 걸린시간

육십년.

 

희망 한 점 갖는 것조차

사치인양 여겨졌던 절망의 순간들을 거쳐

비로소 미미한 인간으로서의 존재감을

인정하는데 걸린 시간

육십년.

 

현실이란 열차에

기어이 헤집고 들어설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배우는데 걸린 시간

꽉 찬 육십년이다.

 

그 기나긴 세월을 보낸 후에야

애초의 내 자리란 없었음을 알게 되고

긴 세월 입고 있던 각질 같은 마음을

한 점 한 점 벗겨 낸다.

 

내 젊음의 세월은 미완의 그림이자 혼돈이었으나

이제 또다른 삶의 지평을 꿈꾸며

무거웠던 육십년을 내려놓는다.

출구를 향해 서툰 발걸음을 내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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