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구/한승구
수많은 자각의 시간
그 시간들이 쌓이고 쌓여
숙연한 마음으로 세상을 향해
고개를 숙이는데 걸린시간
육십년.
희망 한 점 갖는 것조차
사치인양 여겨졌던 절망의 순간들을 거쳐
비로소 미미한 인간으로서의 존재감을
인정하는데 걸린 시간
육십년.
현실이란 열차에
기어이 헤집고 들어설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배우는데 걸린 시간
꽉 찬 육십년이다.
그 기나긴 세월을 보낸 후에야
애초의 내 자리란 없었음을 알게 되고
긴 세월 입고 있던 각질 같은 마음을
한 점 한 점 벗겨 낸다.
내 젊음의 세월은 미완의 그림이자 혼돈이었으나
이제 또다른 삶의 지평을 꿈꾸며
무거웠던 육십년을 내려놓는다.
출구를 향해 서툰 발걸음을 내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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