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마동 성당 주보 읽기/2010년 주보

연중 제23주일 2010년 9월 5일(다해)

모든 2 2021. 8. 28. 17:48

"누구든지 제 십자가를 짊어지고 내 뒤를 따라오지 않는 사람은 내 제자가 될 수 없다."

(루카 14,27)

 

+ 루카복음 14,25-33

 

<자기 소유를 다 버리지 않는 사람은 내 제자가 될 수 없다.>

 

그때에 많은 군중이 예수님과 함께 길을 가는데,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돌아서 이르셨다.

"누구든지 나에게 오면서 자기 아버지와 어머니, 아내와 자녀, 형제와 자매, 심지어 자기 목숨까지 미워하지 않으면, 내 제자가 될 수 없다. 누구든지 제 십자가를 짊어지고 내 뒤를 따라오지 않는 사람은 내 제자가 될 수 없다.

 

너희 가운데 누가 탑을 세우려고 하면, 공사를 마칠 만한 경비가 있는지 먼저 앉아서 계산해 보지 않느냐? 그러지 않으면 기초만 놓은 채 마치지 못하여, 보는 이마다 그를 비웃기 시작하며, '저 사람은 세우는 일을 시작만 해 놓고 마치지는 못하였군, ' 할 것이다.

 

또 어떤 임금이 다른 임금과 싸우러 가려면, 이만 명을 거느리고 자기에게 오는 그를 만 명으로 맞설 수 있는지 먼저 앉아서 헤아려 보지 않겠느냐? 맞설 수 없겠으면, 그 임금이 아직 멀리 있을 때에 사신을 보내어 평화협정을 청할 것이다. 이와 같이 너희 가운데 누구든지 자기 소유를 다 버리지 않는 사람은 내 제자가 될 수 없다."

 

 

<말씀의 향기>

 

나를 비우고 하느님으로 채워야 산다. - 방윤석  베르나르도 서산석림동 주임

 

  미국의 석유왕 록펠러 이야기입니다. 록펠러는 소년 시절 그 나이 또래 친구와는 달리 몸집도 크고 매우 튼튼하였습니다. 그래서 록펠러는 자신이 어른이 된 후에 튼튼한 몸을 바탕으로 큰 부자가 될 것이라 믿었습니다. 결국 그는 부자가 되었습니다. 불과 43살에 세계에서 가장 큰 회사를 지배하게 된 것입니다. 그리하여 53세에는 세계 최고의 부자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그즈음 그는 점점 쇠약해져서 지독한 피부병까지 얻게 되었습니다. 머리카락과 눈썹이 빠지고 몸은 바싹 야위어만 갔습니다. 1주일에 몇 백만 달러씩 벌어들이는 그의 수입도 소용이 없었습니다. 그는 몇 조각의 비스킷과 물로 식사를 해야 했고 돈 벌기에 급급했던 자신을 미워하는 사람들이 많았기에 항상 경호원과 동행해야 했습니다. 록펠러는 언제나 무엇엔가 쫓기는 듯하여 밤이면 잠을 이룰 수 없는 고통 속에 헤매었습니다. 억만장자 록펠러는 더 이상 행복하지 않았습니다. 그의 얼굴은 딱딱하게 굳어버렸습니다. 드리어 최고의 의사들이 록펠러를 진찰한 결과 1년 이상을 살 수 없을 것이라는 진단을 내렸습니다. 록펠러는 절망 속에서 돈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는 새 사람이 되기로 했습니다. 자신의 막대한 재산으로 가난한 사람들과 불쌍한 사람들을 돕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록펠러 재단'을 설립해서 많은 자선단체와 의학계를 지원하였습니다. 그러자 록펠러의 생활은 이전의 건강한 생활로 돌아왔습니다. 잠도 잘 자게 되고 음식도 잘 먹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가장 큰 변화는 그의 얼굴에 미소가 돌아온 것입니다. 삶의 기쁨을 깨달은 그는 최고의 의사들이 1년만 살 수 있다는 진단과는 다르게 98세의 장수를 누렸습니다.

 

  요즘은 쓸데없는 것들을 너무 많이 가지고 있지 않을까요? 근심, 걱정, 초조, 긴장, 불안, 산더미 같은 세속일들.. 이런 것들이 몸을 망칩니다. 저도 회갑을 맞이하다 보니 그동안 모아진 쓸데없는 짐들이 많습니다. 옷가지, 책, 케케묵은 일용품 등등 과감히 버려야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는 '누구든지 나의 제자가 되려면 자기가 가진 모든 것을 버리고 예수님에 대한 사랑으로 달아오르고 그분께 온전히 귀속되어야 합니다. 사실, 그리스도를 빼고 그리스도인을 생각한다는 것은 단군을 무시하고 고조선을 생각하는 것과 같습니다. 우리는 어느 누구보다도 예수님을 사랑해야 합니다. 예수님께서 먼저 우리를 사랑하시고 우리를 위하여 당신 자신을 바치셨기 때문입니다. 여러분도 물질을 비우고 그 대신 하느님으로 채워보십시오, 록펠러보다 훨씬 큰 기쁨과 평화를 맛볼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나라 교회 초창기의 순교자들처럼 말입니다.

 

 

<시니어 칼럼>

 

노년기의 사회적 특성 -은퇴-  한동성 갈리스토 . 노인사목부 전담 신부

 

  노년기는 사회적 동물인 인간에게 그가 지닌 역할과 생활 습성의 변화를 가져다 주는 시기이다. 이 시기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사건은 은퇴와 배우자 사망, 그리고 자녀의 독립 등이다. 은퇴(retirement)는 "노화가 주 요인이  되어서 오랫동안 해오던 일을 그만두는 것을 의미한다." UN에서 정한 기준으로는 만 65세가 되면 인간이 더 이상 생산기능을 갖지 못하기에 국가 정책상 보호와 부양대상이 되어야 한다.(이인수, 1999), 이는 사회적 역할의 주축을 이루었던 직업역할의 상실이라는 면에서 보면 이로 인한 다른 역할의 변화가 초래되고, 부정적인 자아상을 형성하게 되는 문제점을 유발하는 사건이 된다. 그러나 지금까지 하고 싶었던 것을 하기 위해 해오던 일에서 물러서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는 것이다.

 

  은퇴를 통한 사회적 변화에는 두 가지가 있다.(최성재, 2008)

  1) 역할 변화: 노화에 따라 지위와 역할이 분명히 있는 아주 희박한 상태의 역할도 바뀌게 된다. 이러한 역할들에는 유명무실(titular)한 역할로 명예적 역할(학술원 원로회원, 명예총장)과 명목적 역할(고문)이 있다. 또한 지위와 역할이 거의 없는 무정형적(amorphous) 역할로는 사회 규범으로 지지하기에 애매한 역할, 일시적으로 지위는 없으나 어떤 일을 해야 할 의무가 있는 역할(실질적 과장) 제도적 역할 상실에 따른 애매한 역할(퇴직 가장), 제도적 역할 상실에 따른 애매한 역할(퇴직 가장), 역할의 구체적인 내용이 줄어들고 있는 역할(주연 자녀에 대한 부모의 역할)등이 있다.

 

  이러한 은퇴자들의 삶의 질을 향상하기 위해서, 현대 사회 내에서 그들의 역할을 새롭게 찾아 나서고 자리를 새롭게 확보하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우선 가정 내에서 가정 교육자로서의 역할을 회복해야 한다. 전통문화와 우리 것에 대한 의식과 지식을 후세에 전달해 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가정 내의 예절과 사회화를 담당해야 하고, 상담자로서의 역할을 강화하며 노인들의 경제적 자립과 사회적 능력을 강화해야 한다. 또한 노년 근로자들의 정년연장과 취업과 재취업의 기회를 확대하고 개방하여 노년 역시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자신들의 몫과 역할을 분명히 인식할 수 있도록 돕는다. 또한 노년인구의 비율 증가에 따라 사회의 중요한 세력으로서 노년들의 단체를 구성하여 자신들의 이익을 수호하고, 정책과 사회 운영에 이러한 것들이 실질적으로 반영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한정란, 2001)

 

  2) 생활 습성의 변화: 기상과 취침, 이용하는 교통수단, 식사 장소(특히 점심), 만나는 사람의 계층 등의 변화이다. 은퇴의 유익한 점은 우선 풍부한 여가 시간을 제공하고, 친구들과 사귀는 기회를 가지며, 호기심을 갖고 주위의 일들을 관찰할 기회를 준다.

 

  미국은퇴자협의회(AARP,1996)는 은퇴가 가져다 주는 사회적 변화에 대처하는 보다 효과적인 노후 생활을 하기 위하여 다음과 같은 권장사항을 제시하였다.

 

  가) 건강, 여가선용, 성격 조절, 주거, 재정, 법적 문제 등과 가장 중요한 과제에 대한 모든 정보는 한 곳에 모아둔다.

  나) 은퇴 후 생활결정은 관련된 주변 사람들과 충분히 이야기한다.

  다) 주거, 연금, 부동산 관리 등의 문제는 전문가와 상담하고, 믿을만한 사람들의 조언을 구하라.

  라) 은퇴 후 건강관리, 주거 문제에 관해 현실적이고도 실현 가능한 목표를 정하여 실천하도록  하라. 목표설정이 바로 노인 자신의 행동 실천에 몰두하게 해 준다.

 마) 계획을 기록하고, 세부일정을 세워 하나씩 진행되는 것을 점검하고 확인하라.

 바) 은퇴 전에 은퇴 후의 일들을 조금씩 실행해보아 자신의 취향과 맞는지 알아본다. 새로운 친구를 사귀어 보고, 자원봉사를 하고, 시립도서관을 이용해 보라.

사) 이러한 계획은 년 1회 변화하는 주변 환경에 맞게 수정 보완하도록 한다. 은퇴에서 가장 중요한 일은 노년에 몰두할 수 있는 일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함께 만드는 이야기 마당>

 

90세인 대모와 80세인 대녀 -서숙 글로리아. 조치원 성당

 

  90세인 대모와 80세인 대녀, 올해 연세가 90세인 분은 시어머니, 80세인 분은 저를 낳아주신 친정어머님이시다. 두 분은 사돈지간으로 대모와 대녀 사이지만 두 분은 성품이 참 많이 다르시다. 시어머니는 고요히 흐르는 물과 같으신 분이시라면 친정 어머니는 세차게 불어대는 강풍이시다. 그러한 두 분이 대모와 대녀로 (아니 사돈으로 만나) 한 집에서 90평생의 삶과 80평생의 삶의 얘기를 오늘도 도란도란 얘기하시며 여름 무더위를 보내고 계신다. 대모와 대녀 아니 사돈지간인데 어찌나 사이가 좋으신지 우리가 퇴근하여 들어가도 두 분은 이야기로 우리가 들어오는지도 모르고 계신다.

 

  시어머님은 90세인데도 언제나 깨끗하게 목욕하시고 기도와 성경, 그리고 가톨릭신문 등 다양한 신앙서적을 읽으시며 기도하신다. 하루종일 기도하신다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고 시어머님의 기도는 정말 온 마음과 정성을 다해 바치시기에 이 다음에 시어머니 같은 삶을 닮고 싶은데 자신 없다. 잠시도 쉬지 않고 부지런하게 움직이시고, 규칙적인 운동과 삼시 세끼의 규칙적이면서 된장과 풍성귀 나물 위주의 소박하고 건강한 식습관, 그것은 타고난 성품이시지 노력한다고 다 가능한 것 같지는 않는 것 같다. 연세 90이신데도 어찌나 고우신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편안함과 안정감을 느끼게 한다. 단정하시고 깔끔하시고 분명하시고 솔직하시고 고우신 어른이시다. 그리고 아주 지혜롭고 다정다감 하시고, 아주 열정적인 어른이시다.

 

  나도 아들이 자라 며느리를 보게 될텐데 며느리에게 어떤 시어머니가 되어야 할까? 아들에게 여자친구가 생기면 사촌이 되고 결혼하면 육촌이 된다는 우스개 소리도 있던데.. 아들이 결혼하면 며느리와 나는 어떤 관계가 될까? 인간과 인간의 관계가 쉬운 것은 아니지만 시어머니와 며느리의 관계는 그 중에서 가장 어려운 관계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시어머니와 친정어머니를 한 집에서 뵈면서 나는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러면서 미래의 시어머니인 나의 모습도 그려 본다. 시어머니가 된 미래의 나의 모습이 지금의 나와 겹쳐져서 흐릿하게 보여지는 듯하다. 시어머니의 90인생과 친정어머니의 80인생을 보면서 한사람 한사람의 인생이 이렇게 대단하고 위대하다는 진리를 깨닫게 되었다.

 

  두 어머니께서 오래오래 건강하게 만수무강 하시길 두 손 모아 기도해 본다.

 

 

 

오늘은

무엇의 바램보다

 

파란하늘과 청명한 들판의

기쁨을 노래합니다.

 

글. 그림 이순구(베네딕도)

 

 

 

 

 

<이충무의 행복 나침반>

 

머리에서 마음까지, 그 세 뼘의 길이 가장 멀다...

 

세상에서 가장 멀고 먼 여행길

 

  세상에서 가장 먼 여행길이 어디인지 아세요? 그건 머리에서 마음에 이르는 길이지요. 손을 펴서 재보면 고작 세 뼘 밖에 도지 않지만, 그 길이 우리에겐 가장 먼 여행길입니다." 故 김수호나 추기경님께서 살아생전 소설가 최인호 씨께 하셨던 말씀이랍니다. 최근 최인호 시의 수필을 읽다가 알게 된 이 소중한 말씀에 감동을 받아 밑줄을 긋고 마음에 새겨두었습니다.

 

  우리는 자꾸만 지은 죄를 짓고 또 짓는 이유는 뭘까요? 어째서 우리 인생의 악보에는 후회와 반성의 되돌이표만 잔뜩, 그려 있는 걸까요? 그건 아마도 우리가 늘 제자리걸음만 하기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머리에서만 맴돌며 한 걸음도 마음을 향해 떠나지 않는 우리.. 그래서 잘 알고는 있지만 잘 깨닫지는 못하는 우리...

  우리가 그 짧은 세 뼘의 여행길에 선뜻 나서지 못하는 이유는 무거운 짐 때문입니다. 양 손과 양 어깨에 잔뜩 짊어진 탐욕과 욕망의 짐들을 버리지 않고는 그 여행길에 오를 수 없기 때문입니다. 영화 "미션"의 한 장면 기억나시나요? 파라과이의 "과라니'족이 자신들을 노예로 팔아먹은 '로드리고'를 용서해주는 장면.. 그들은 칼로 그의 목을 베는 대신 그가 끌고 온 무거운 짐들을 잘라버립니다. 이미 머리에서 마음까지 여행한 과라니족 사람들에게 죄인 로드리고는 그저 무거운 짐을 짊어진 불쌍한 인간으로 보였기 때문입니다.

 

  이제 9월 말입니다. 8월과는 분명 다르게 느껴지는 하늘빛과 바람.. 여행 한 번 가야죠? 공항이나 터미널, 그리고 기차역은 사람들로 넘쳐 나겠네요? 각자 어디를 향해 떠나는지 알 수 없지만, 한 번쯤 이 가을에 떠나 보면 어떨까요? 머리에서 마음에 이르는 그 세 뼘짜리 여행길로.. 세상 그 어떤 길보다 멀고 먼 길이지만 가장 홀가분한 그 행복의 길로...

 

-이충무 바오로/극작가, 건양대학교 교수-